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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느새 시간이……."

무심코 스마트폰을 켜 시간을 보았다. 7시 40분. 새로 다니는 학교는 꽤 머니까, 슬슬 출발해야 등교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가방을 대충 등에 지고, 아버지께 인사를 드렸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응, 그래. 잘 다녀와라."

아버지께서 손을 흔들어 주셨고,

"아, 하루! 잘 다녀와─!"

희진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뭘 잘 다녀와야, 너도 와야지!"

은근슬쩍 아버지의 텐션에 맞춰 날 배웅해주는 희진의 손을 잡아끌고, 문을 열었다. 




"으아, 추워……."

예상대로 밖은 추웠다. 이런 날씨에 개학식이라니. 아무리 동복이라지만, 몸을 더 따뜻하게 하지 않는 한 감기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뭐라도 입고 나오는 건데, 하는 후회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쳐졌다.

"추워, 하루!"

희진이 교복 끝자락을 당기며 말을 걸어왔다.

"응, 많이 춥네."

몸을 부르르 떤 후 답했다.

"업어줘, 하루!"

희진이 팔을 벌리며 말했다.

"응, 기각."


계속 파고들으려는 희진의 이마를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막은 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갑자기 업어달래, 어린애처럼."

"응, 하루 체온으로 버티게."

"내가 네 손난로냐."

원래는 언제나 했던 말장난대로 손날 공격을 날렸어야 했지만, 너무 추워 그럴 기운도 없어져 버렸다. 그나마 기숙사를 무료로 배정해준다기에 망정이지, 우수장학생이 아니었다면 이 긴 거리를…….

"치, 그러지 말고 업어 줘! 진짜 추우니까."

진짜로 추웠던 건지, 희진이 내 독백마저 중간에 끊어버리고 말해버렸다. 옷차림이 가벼운 건지 곁눈으로 쳐다봤지만 희진은 두꺼운 코트에 목도리, 귀마개까지 확실히 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 정도의 중무장이면 덥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창백해진 희진의 얼굴, 그리고 몸을 감싼 두 팔이 정말 희진이 춥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애초에 '약속' 건이 있었기에 희진이 내게 거짓말을 할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전의 '그 증상'이 재발한 것일 지도 모른다───


"…잠깐, 이마 대 봐."

희진의 이마에 내 이마를 직접 대 보았다. 희진이 약간 움찔하는 기색이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으니 넘어가고.

"…어때?"

"이상하네……. 괜찮은 거 같은데."

희진은 약간 삐진 듯, 볼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진짜로 추운걸! 나 못 믿는 거야?"

"…춥겠지,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의사는, 그 증상이 '희진의 망상이 만들어낸 기이한 증세'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업혀."

길거리에 엉거주춤 앉은 후, 희진에게 말했다.

"어? 업어주는 거야?"

"시간 없어. 학교 안 가?"

상당히 쪽팔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의사도 '환자의 증상이 재발할 땐 최대한 환자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말했으니까.

"헤헤헤……."

희진은 조금 머뭇거리나 싶더니, 바보처럼 웃으며 내 등에 업혔다. 희진의 무게는 가벼웠지만, 커다란 코트 때문인지 등에 꽤나 중압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괜찮아?"

"응, 따뜻해. 히히."

"…그럼 됐어."

희진의 체온이 코트를 넘어 나의 등까지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 목을 감싼 희진의 온기는 너무나도 따뜻하고, 너무나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미약하게 뛰는 심장은 처음이네요. 여태 죽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예요. 성인의 평균 심박 수는 70회 정도로, 운동을 하지 않는 한 평균 5리터 정도의 피를 순환시키죠. 그런데 이 학생은 심박 수가 너무 적어요. 박동 소리도 비정상적으로 미미하고요. 증상도 꽤나 특이한 유형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발표된 적 없는 희귀병일지도 모르겠네요."

의사는, 최대한 옆에서 희진을 잘 돌봐 주고 가급적이면 역동적인 운동을 피하라고 일러 주었다. 한창 여러모로 즐길 나이에, 특이한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희진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싸해지곤 했다. 그 이유 모를 감정이 동정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희진이 잘못되는 것만은 막고 싶기에 옆에서 거들어주고 있다. 그렇기에 자주 애인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정한 '약속'이었다. 




"…설마, 학교까지 업고 오게 될 줄이야."

오전 8시 3분, 학교에 도착했다. 그것도 희진을 업은 채로. 등에 땀이 가득 차 끈적거리는 게 은근히 기분나빴다.

"야, 유희진! 일어나 봐, 다 왔어."

몸을 살짝 흔들며 희진을 부르자, 등 뒤에서 희진이 꼼지락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음냐……. 아저씨, 한 그릇만 공짜로 얹어달라니까요……."

"뭔 꿈이야, 그건……."

뜬금없는 잠꼬대에 나도 모르게 한 마디 해 버렸다.


"흐아암……. 하루, 벌써 다 온 거야?"

"응, 다 왔어. 빨리 내려와."

희진을 교문 앞에 내려주고, 희진의 머리에 손을 얹어주었다. 희진은 눈을 감고 있는 채로, 내 손에 의지해 몸의 균형을 잡았다.

"오늘은 입학식하고 일찍 끝난다고 했으니까, 종례가 먼저 끝나면 우리 반 와서 기다라고 있어."

희진은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그러고는 비틀비틀, 교문을 지나 운동장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운동장 가로지르지 말고, 똑바로 길 따라서 걸어."

"흐에이."

하품 반, 수긍 반의 대답. 잠에 취해 비틀거리는 희진을 어찌어찌 잡아주면서, 그 귀여운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뭐랄까, 병약한 여동생을 보살피는 기분이라서.



내 교실은 본관 2층 복도의 제일 왼쪽에 있는 1학년 1반이었고, 희진은 그 옆의 1학년 2반이었다. 조금 정신을 차린 듯한 희진과 헤어진 후, 1반을 주욱 훑어봤다.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서로 저마다 모여 떠들거나 제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제일 앞자리의 창가 쪽에 가방을 놓은 후, 바로 교실을 나와 중앙 복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본관 교무실', '교직원 화장실', '남자 보건실'─────

"아, 여기 있다."

이윽고 계속 찾았던 '여자 보건실'이란 이름표를 발견했다. 희진의 교실과는 조금 멀지만, 그래도 희진이 무리없이 와서 사용할 수 있을만한 거리였다.

"네, 들어오세요."

노크를 하자 상당히 젊은(이라기보단, 어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몰려오는 엄청난 불안을 애써 가라앉히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보건실 안은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은 구조였다. 전자체중계와 신장측정기, 벽에 붙어있는 시력검사용 기구, 찬장 속에 들어있는 온갖 약상자들, 그리고 보건실의 꽃인 블라인드로 가려진 침대 등등. 어찌 생각해보면 꽤 고전적인 보건실의 모습이었다.

"…엄청 넓다."

단, 엄청나게 넓은 평수의 보건실은 교실이라고 해도 이상치 않을 정도의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렇죠───. 아무래도, 반 전체가 동시에 아플 경우를 대비해야 하니까요."

보건 선생님, 으로 추정되는 어린 목소리가 책상 위에서 들려왔다. 처음엔 그냥 의자만 있는줄 알았더니, 핑크빛의 무언가가 살짝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반 전체가 동시에 아플 경우라니, 그건 대체 어떤 경우랍니까. 그보다, 보건 선생님…이신가요?"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핑크빛 무언가를 향해 말하자, 핑크빛 무언가가 다시 살짝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아뇨, 전 그냥 조수예요. 현재 선생님께서는 출…장을 나가셔서요. 어디가 아파서 오신 건가요?"

핑크빛 무언가가 조금씩 책상에서부터 올라오더니, 검은 눈썹, 커다란 녹색 눈 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허나 얼굴 전체는 아직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아, 그냥요. 앞으로 자주 신세를 지게 될 것 같아서."

저런 어린애가 조수라니, 라는 머릿속 혼잣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으나,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머리를 긁적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몸을 돌려 보건실을 나서기 직전, 자신을 조수라고 소개한 꼬마가 쿡쿡 웃으며 무어라고 하는 것이 들렸다. '네, 정말로 신세를 지게 될 것만 같군요.' 라고 한 것인지, 그저 내가 잘못 들은 건지. 찝찝한 마음으로 교실을 들어서는 순간,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작가의 말 : 짜잔. 접니다, 저. 이 비루하고도 수준 낮은 글을 쓰는 개소실이란 녀석이요. 이것 참, 1편이 분량이 너무 많고 2편 분량이 상대적으로 꽤 적어서 고심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냥 이것도 운명이니 하고 받아들이려고요. 그러고보니, 오늘은 모바일로 올리게 되었군요.


상당히 멘탈이 깨질법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어요. 공모전 분량이 원고지 700~1200장. 기한은 10월 31일까지. 근데 제가 지금까지 써놓은 분량은 원고지 160.5장...


오늘은 너무 졸리네요. 이 정도로만 간단히 쓰고 빠지겠습니다. 그럼, 또 제 글을 읽으러 와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 profile
    공책상자 2013.09.15 03:11
    열심히 쓰시길 바라며!
    재밌게 봤습니다!
    -추신 : 저 일등으로 댓글달음
  • ?
    개소실 2013.09.15 11:06
    글을 읽는 데 불편을 겪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보다 1등 댓글이시라니, 하하.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하여 글 전체를 수정하게 되는 멍청한 짓을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
  • profile
    코인천국 2013.09.15 05:54
    공모전도 화이팅!~
  • ?
    개소실 2013.09.15 11:08
    네, 응원 감사드립니다 :)
    아마도 전편의 글들이 한번에 수정되면서 약간 당황스러운 부분도 적잖이 있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워낙 여기저기 실수하고 다니는 성격이라서요 ㅠ 다음부턴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profile
    Just 2013.09.15 06:09
    공모전! 서로 화이팅!
  • ?
    개소실 2013.09.15 11:08
    난 공모전을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
  • profile
    Just 2013.09.15 17:09
    전 반 썼드라구요.
  • profile
    하얀나무 2013.09.19 07:54
    여자 보건실하고 남자 보건실하고 따로있고 보건실 크기가 크다는게 참..개인적으로 슬프네요
  • ?
    개소실 2013.09.21 07:04
    그래도 아픈 사람 간호는 남녀 신경 안 쓰고 다 받아준다는 대범한 설정이 있습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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