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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의 적을 검 하나만으로 상대하며 정의를 지키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웅의 이야기에 가슴이 뛰신다는 공주님께 바칩니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즉 루미아 개력 164년에 나타난 한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몬스터가 쉴 새 없이 침략을 꾀하는 동령 끝자락, 엘피라도 산맥 밑에 위치한 체커드 왕국.
현명한 수비대장 칼론의 지휘 덕에 근근히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이 왕국에 모험가가 급작스럽게 늘어난 것은 기연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당시 왕국에 발을 들인 모험가들이 정의라던가 평화를 외치는 의로운 자들이었던 것 역시 아니었습니다.
사실 왕국의 모험가들 중 그런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에드가 국왕이 세계의 모험가들을 향한, 일종의 용병 의뢰를 게시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나 많은 이방인들이 왕국으로 올 리는 만무했습니다.
아니, 수많은 보상금을 제시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사지로 와서까지 목숨을 버리려는 모험가들은 없었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보상금과 명예에 눈이 먼 작자들이었던 것입니다.
허나 하늘은 그들이 일획천금을 누리도록 도울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드가 국왕이 게시한 의뢰의 내용이 모든 몬스터들을 뒤에서 지휘하는 한 마리 타락한 용을 죽여 달라는 것이었으니까요.
타락한 용!
그 별칭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꽤 세상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 테지요.
네, 공주님도 잘 아시는 본 드래곤, 제피누스를 죽여달라는 의뢰였던 것입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의뢰였습니다.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제놈 기사단마저도 전멸을 가까스로 면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바로 그, 제피누스였으니까요.
하지만 돈에 눈이 먼 모험가들의 욕심은 제피누스의 강함마저 가릴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결국 에드가 국왕의 계획대로 자처하여 몬스터 토벌대를 만든 모험가들은 성벽 앞을 가득 메운 몬스터들을 처리해가며 빠르게 산맥을 타고 제피누스의 레어를 향해 나아갔지만, 결국 그에게 단 한 번의 상처조차 주지 못하고 세계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장 급한 불이었던 몬스터들의 침공은 어떻게든 저지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왕국이 존속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에드가 국왕은 이때부터 깊은 근심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다시 몬스터들이 침공을 시작할 무렵, 한 명의 평범해 보이는 나그네가 체커드 왕국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에드가 국왕이 오래 전 게시했던 제피누스 토벌 의뢰 내용을 적은 종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것이, 한 영웅의 등장이라는 것을 그 때는 누구도 몰랐습니다.



나그네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검문소의 경비원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도 그럴 게, 나그네의 몸집은 용병이라 하기엔 너무나 작았던 데다가 얼굴도 새하얬으니까요.
그럼에도 허리춤에 검 하나를 끼고 있는 소년의 옷 하나는 사지에서 뒹굴다 온 것 같이 후줄근했으니, 경비원의 눈살이 찌푸려진 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영웅을 동경하는 한 애송이가 모험가 놀이를 하는 것이겠지, 생각한 경비원은 어떻게든 그가 이 위험한 곳에 들어올 수 없도록 트집을 잡을 생각으로 말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얘야, 여기는 놀이터가 아니란다. 바로 뒤에 커다랗고 위험한 몬스터들이 우글우글한 곳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를 사지로 몰고 싶지 않은 경비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그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할 뿐이었습니다.
어쭈, 얘 봐라 하는 표정으로 나그네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살피던 경비원이 다시 말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여기를 자유롭게 통행하려면 성인식을 치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거든. 너는 아무리 봐도 열다섯 살밖에 안 된 것 같은데?"

아까보다는 훨씬 조심스러운 축객령이었습니다.
하지만 나그네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품 안에서 조그마한 종이를 꺼내 내밀었습니다.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종이를 받아 읽은 경비원은 그제야 그를 통과시켜주었습니다.
물론 오지랖 넓은 그였기에 한 마디 더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지요.

"신원이 확실하니 별다른 말은 안 하겠지만, 조심하는 편이 좋아. 첫 토벌대가 전멸하고부터 몬스터들의 기세가 장난 아니게 변했으니까."

마지막까지 이방인을 위해 조언을 해주는 경비원의 상냥함에 나그네가 무심코 흘린 미소를, 정작 그는 보지 못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중심가를 향해 곧장 걸음을 옮기는 나그네의 모습이 아무리 보아도 어린 소년 같아 그는 걱정의 눈길을 쉽게 거둘 수 없었습니다.

"나 참, 세상이 흉흉하니 어린 놈들까지도......"

한숨을 길게 뱉은 그는, 무언가를 가득 담은 마차를 세우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계속하기 시작했습니다.



나그네는 곧장 용을 죽이기 위해 곧장 중심가를 지나가던 중이었습니다.
비록 험한 곳이라고는 하나 왕국은 왕국.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중심가는 나그네가 좋아하는 적막과는 거리가 먼,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상인들이 저마다의 물건을 보이며 수선을 떨고, 수많은 모험가들이 그들과 말을 섞으며 시끄럽게 구는 것을, 나그네는 여유롭게 즐길 생각이 없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중심가를 벗어나고 싶어 걸음을 재촉하던 나그네의 앞을 한 소녀가 가로막은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공주의 명이다! 너, 날 데려가라!"

다급해 보이는 금발의 소녀.
자신을 공주라 소개한 것치고는 멜빵바지가 잘 어울리는 조그마한 소녀가 자신에게 '명령'이라는 일종의 의뢰를 청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나그네의 입이 움직였습니다.

"거절하지요."

그와 동시에, 공주의 뒤를 쫓아 달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세 명의 사내들이 나타나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허억...... 허억...... 공주님, 헤엑, 이제, 허억, 돌아가셔야죠흐어......"

하지만 공주는 뒤에 나타난 세 명의 사내들은 볼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명령을 대놓고 거절한, 낡아빠진 망토를 걸친 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요.

"공주의 명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분명 질책하는 투의 말이지만, 공주의 눈은 흥미로운 것을 본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던 나그네는 등을 돌리며 짧게 내뱉었습니다.

"의뢰는 받지 않습니다."

쌀쌀맞은 나그네의 반응에 놀란 것은 거절당한 당사자인 공주가 아닌, 공주의 뒤에서 꼴사납게 숨을 고르고 있던 세 사내들이었습니다.

"저, 저 놈이 감히 공주님께......"

"공주님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저 놈도 참 눈치가 없구만......"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껏 중얼거리던 세 명의 사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그네를 바라보며 최대한 얼굴을 찡그려 보였습니다.
물론, 그 의미는 명확히 '공주님을 화나게 하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했죠.
하지만 이미 등을 돌린 나그네가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리는 만무했습니다.
그런 나그네의 등을 바라보며, 공주는 다만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안 가득 띄울 뿐입니다.

"저 애, 나 무시한 거 맞지?"
  • profile
    Octa 2014.06.21 01:40
    괜찮네요.
    왠지모르게 젤다의 전설이 생각나는 소설입니다 ㅋ
    (는... 최근에 젤다 신작 나왔는데 할 수 없어서 돌거같은 Octa이네요...)
  • ?
    개소실 2014.06.21 06:43
    젤다의 전설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슬픈 개소실입니다 ㅠ
    언제 콘솔 게임기 사서 해봐야 하나...
  • profile
    Octa 2014.06.21 15:43
    허허.. 닌텐도나 GBA는 에뮬레이터가 나와서 폰이나 컴으로 가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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