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30 08:05

불빛

조회 수 110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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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날갯짓

'푸드득'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
그 빛을 계속 바라보며, 빛과 함께 쏟아지는 열기를 뚫으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몸이 뜨겁다. 계속 달아오른다.
그와 동시에 기분도 폭발할 것만 같이 좋았다.

사람이 봤을 땐 그저 점에 불과한 아주 작디작은 몸.
그래도 조금만 관찰하면 신기하게도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벌레 한 마리가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형광등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반면, 그 아래엔 몸집은 훨씬 크다 해도 날개 같은 건 없는 사람이 누워서 졸린 눈으로 책을 응시하고 있었다.

벌레는 빛을 갈망하고 있었지만, 사람에겐 지금 빛보단 어둠이 안식과 평안을 가져다줄 것 같았다.
사실 이 크기도, 생김새도 전혀 다른 두 생물에겐 놀랍게도 간절히 바라는 마음, 절실함과 갈망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당장에라도 감길 것 같은 눈으로 책을 바라보던 그 사람은 무언가 결심이 섰는지 책을 확 덮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더니,

'툭'

불을 꺼 버린다.
벌레에겐 안된 일이지만, 이 결정의 주도권은 벌레가 가질 수 없었다.

불타오르던 빛은 사라졌다.
달아오르려던 몸은 다시 차갑게 식어간다.
희망이 사라진다.
이제 겨우 닿았는데. 속상하게도 마지막으로 남은 옅은 빛마저 사라져 간다. 이제 벌레가 붙잡고 있는 것은 비어버린 듯한 유리관일 뿐이었다.
물론 이것도 하루에 몇 번은 겪는, 흔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곤 해도 결코 실망감이 적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날아간다.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로.

또다시 점은 다른 빛을 쫓는다.
그렇지만 형광등이 꺼진 방.
창문으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빛이 유일한 빛이었다.

상당히 깊어진 밤.
구름은 별빛도 달빛도 가려버려 어두운 밤 속의 수많은 도약을 가로등이 독차지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사실은 그저 본능에 가까운 것을, 아마 사람들은 한심스럽게, 그러면서도 가끔은 가엾게 보기도 했을 거다.
그렇지만 그들에겐 한 치의 후회도 없을 것이다.
후회 많은 사람과 달리...

'퍽.퍽.퍽'

벽면에 그려진 빛의 물결에 몸을 부딪친다.

'틱.틱.틱'

이제 막 잠을 자려고 했던 사람은 눈을 떴다.
눈꺼풀을 열자마자, 커튼도 뚫은 가로등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소리.
꼭 불만 끄면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리곤 조금 고민해본다.

'저걸 잡을까?'

몸을 몇 번 더 뒤척여봐도 소리가 들려올수록 신경은 더더욱 예민해져만 갈 뿐이었다.

한숨을 쉰다.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시 불을 켠다.
빛이 쏟아진다.

그리고

빛이 쏟아졌다.
날아오른다.
힘차게 다리를 뻗는다.
태초로부터 전해져왔던 본능을 따랐다.

벌레는 빛 바로 옆에 앉았다.
바로 손을 뻗기엔 너무 눈부셨다.

반면에

사람은 빛 바로 아래 서 있었다.
바로 손을 뻗어서 목적을 이뤘다.

'드디어 잡았다.'

순간적으로 잡히는 느낌. 황급하게 날개를 펼쳐봤지만, 곧 균형을 잃고 다시 곤두박질친다.
눈이 부셔온다.
날아오르지 못하게 잡는다.
밝은 빛 때문에 역시 눈이 부시다.

밝게 빛을 뿜는 광원 아래.
그 빛을 받는 하얀 면이 마침내 빛을 쫓는 검은 점을 붙잡았다.
점은 모든 것을 이뤘단 생각이 들었다.
바로 위에서 쏟아지는 빛은 뜨거웠고, 발아래로는 하얀색 벌판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점과 면, 그 둘을 뛰어넘는 존재는 그저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고 다시 잠을 잘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뭘 어쩌겠는가.
지금 창문을 열고 이 녀석을 놓아준다면 더 많은 벌레가 날아들어 올 뿐이다.

'너에게 안된 일이지만...'

손을 오므리며, 들릴 리 없는 말을 한다.

'여기 사람의 영역에 들어온 것은 네 잘못이야.'

라고. 무의미한 생각을 하며, 휴지 채로 꾹 누른다.
그리곤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린다.
그게, 사람이 생각하는 벌레의 끝이었다.

아마 무언가에 눌리는 느낌이 들었었던 것 같다.
빛은 또다시 나타나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고, 행복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분명 아직 날아오를 수 있다.
공기의 흐름을 쫓아 밖으로 나아간다.

검은 하늘 아래로 마치 밤에게 저항하듯이 수많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때문에 언젠가부턴가, 사람들은 밤하늘의 아름다움도 잊어갔다. 하지만 밤을 쫓으려고 만든 수많은 불빛도 결코 낮의 따듯함을 가져올 순 없었다. 그렇게 낮도 밤도 아닌, 어중간한 삶을 살아간다.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모를 차가운 밤바람이 높다란 아파트들을 휘감았다.

그 바람은 하늘에도 불어왔다.

구름이 물러난다.

장막이 걷히고,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번엔 또 어떤 빛을 쫓을까, 고민하던 벌레의 눈에 문득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모든 고민이 사라졌다. 커다란 검은 면 속에서 빛을 내뿜고 있는 커다란 면은 땅바닥에 붙어있는 그 어떤 빛보다 아름다웠다. 이제 더 이상 아래를 보진 않으리라. 점은 도약했다. 힘차게 날갯짓하며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게 커다란 희망을 향했다.



-끝-



우와 오랜만이에요.
실은 거의 반년전에 쓴 건데, 문득 생각나서 여기에 옮겨보네요.
아름다운 밤하늘을 상상하는건 쉬운데, 묘사는 어렵네요 ㅋㅋ..
묘사력도 떨어지고, 뭘 말하고 싶었는지도 본인도 잘 모르고 쓴 글이라.. 알아서 해석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벌레입장에선 매우 슬픈 엔딩입니다.
희망차게 도약했지만, 한번은 실패하고, 이번엔 쫓을 수 없는 꿈을 품었으니까요.

고등학생되니까 문과, 이과 정하고.. 정신노동이 많은 것 같아요.
갈수록 피폐해지는 느낌이랄까. 선배님들 굉장하시네요. 이걸 버티시는거보면..

요즘 밤바람 진짜 엄청 추워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공부하다가 할거 없으신분은 보시고 덧글좀 달아주세요(?)
그럼.. 안녕히. 좋은 밤 되시길.

Who's Oc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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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루트에 출석만 하고 있는 Octa입니다.

  • profile
    Octa 2015.11.30 08:08
    제목은... 그냥 간단히 지었어요. 원래 점이 면에게였는데 뭔가 쓰다보니 많이 제목이랑 엇나가는 것 같아서..
  • ?
    개소실 2016.05.25 19:06
    잘 보았습니다. 이루지는 못할망정 아름다운 것에 희망을 품고 열의를 가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졌군요!
  • profile
    Octa 2016.05.28 17:54
    오랜만입니다 개소실님! 이 글을 썼던건 작년 11월 말이었는데,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되어버렸네요..
    한동안 소식이 없으셨는데, 잘 지내고 계신가요?
  • ?
    개소실 2016.06.08 00:43
    아는 친구와 소설에 관련된 여러 토론을 해보면서 이것저것 실험하고 배워가는 중입니다. 이제 대충 원숭이가 타자기 두드리는 듯한 문체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

    옥타님도 오랜 시간 변고 없이 무탈하셨나 모르겠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 profile
    Octa 2016.06.08 02:36
    저야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채팅방에서 당신을 호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