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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그랬던가.
요즘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고, 때문에 가정의 청소년에게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자살 카페같은것도 만들어졌으며, 가장 고통없이 죽는 방법 같은것도 떠돌고 있으며, 막을 방법은 애정과 관심밖에 없다고.

주인에게 버려진 곰인형.
창고 구석에 박혀,자신의 몸에 슬어가는 곰팡이들을 보며 곰인형은 무슨 생각을 할까? 조금이라도 더 살고싶다는 의지? 주인이 다시 와 자신을 꺼내줄거라는 희망? 아니면, 체념?

감을수도 없는 눈을 뜬 채 천천히 죽어가는 곰인형.
버려진걸까, 잊혀진걸까?아니, 혹시라도 주인이 자신을 잃어버려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자신도 주인처럼, 몸을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했다.달려가 안기고, 잘했다고 칭찬받고 싶었다.곰인형은 하늘에 빌었다. 나도, 나에게도 자유를 달라고.

그리고 지금, 자신은 인간이 되었다.
창고 문을 스스로 열고 나간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얼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주인이 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닌 '잊어버린' 것이라는 점. 자신은 창고 속에 처박힌 채 버려진 신세였다는 점.

핑 하고 눈물이 돌았다.
한때나마, 주인이 자신을 끌어안았던 곳을 보았다.따듯했던 그 곳엔, 낡아서 버려진 작은 쇼파와 녹슬어버린 커터칼이 있었다. 비참하게 버려진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비추는 독무대 같았다.

[레브.]

주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 네 이름은 레브야. ]

"... ... 내 이름은, 레브에요."

귓가에 들리는, 들릴리 없는 환청을 들으며, 레브는 무언가에 홀린 듯 중설거리며 낡은 쇼파에 앉았다. 삐이걱, 하는 낡은 소리와 함께, 솜이 튀어나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

"당신이 가장 좋아했던-"

드르륵, 하고 낡은 커터칼을 뽑았다.
잠시나마 가졌던 작은 희망이, 순식간에 거대한 절망으로 바뀌었다. 나는 버려졌다. 그리고, 버려지고 잊혀진 자신에게 마지막 독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녹이 슬어버린 칼날은, 부식될대로 부식되어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 같았다.

[하얀 곰인형!]

"하얀 곰인형."

언젠가, 주인의 책상위에 앉아 보았던 영화가 있다. 모든걸 잃은 주인공이, 이렇게, 칼로 손목을 그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말이었다. 주인은 그걸 보고 나를 껴안고 한참을 울었었다.

스윽,하고 손목을 그었다.
이제, 인간이 된 자신의 손목에는 붉은 선혈이 고이기 시작한다.

[사랑해, 레브!]

" ... ... "

우습게도, 자신을 버리고 창고 구석에 쳐박아놓은, 원망해 마땅할 주인을, 레브는 지금도 좋아했다. 영화의 주인공을 따라 이렇게 손목을 그으면, 주인이 달려와 자신을 안고 울어줄것같았다.

툭, 하고, 오래된 칼날이 부서졌다.
그 칼날이 자신과 주인의 유대같아서, 레브는 부러진 칼날을 주워 다시금 손목에 찔러넣었다. 알싸한 아픔과 함께 손이 저릿했다.으윽, 하고 낮은 신음도 내뱉었다.그래도, 이렇게라도 주인과의 유대를 이어나갈수 있다면.

[네가 정말 좋아!]

"... ..."

그럴리는, 추호도 없겠지만.
내가 만약 주인을 찾아가 나를 기억하냐고 물어보면, 주인은 나를 다시 좋아할까? 그때로, 돌아갈수 있을까?
애써 찾은 주인이 자신을 잊어버렸다면?
아니면, 더 나아가 자신을 괴물처럼 바라본다면?

참다 못한 눈물을 마침내 쏟아내는 곰인형.
손목이 아려와서, 가슴이 미어져서,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면서 녹슬어버린 칼날을 더 깊게 집어넣는다. 피가 왈칵 뿜어져 나온다. 피에 흘러나온 눈물이 섞여, 투명한 원에 붉은 아지랑이가 피었다.

[어디 있어, 레브?]

"... 나는, 여기 있어요."

[아, 찾았다!]

" ... 나를 찾아 줘요. "

[걱정했잖아!]

"... 더 걱정해 주세요."

[좋아해, 레브.]

"... 나도, 나도 당신이 -"

으슬으슬 몸이 떨려오고, 손에는 더이상 감각이 없다.너무 추워서 몸이 떨리는데, 신기하게 계속 흐르는 눈물은 뜨거웠다.

주인에게 버려졌음을 깨우친 곰인형.
그리고 그런 곰인형에게 주어진, 자유.

곰인형은 그렇게,

하얀 곰인형은 그렇게,

낡은 하얀 곰인형은 그렇게,

낡다 못해 곰팡이가 피어버린 곰인형은 그렇게,

낡다못해 곰팡이가 피어버린, 주인에게 잊혀지고 버려진 곰인형은 그렇게ㅡ.

[잘 자, 레브.]

" ㅡ 자고 일어나면, 다시 - "

[정말 좋아해]

"다시, 당신을, 나도, 그렇게 ㅡ."

낡아 버려진 쇼파에,
녹슬어 버려진 커터칼과,
주인에게 버려진 곰인형.

이제는 감을수 있는 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꺼풀슬 내린 하얀 곰인형은 자신의 마지막 독무대를 자신만의 붉은색 수채화로 장식하고 쓸쓸히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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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2283
새벽 폰글입니다. 자잘한 오타는 넘어가주세요.
지적은 받지 않습니다.
  • profile
    Octa 2014.04.15 15:09
    지적은 받지 않습니다... 차피 지적할 실력도 안되서 상관 없겠네요 ㅋ
  • ?
    개소실 2014.04.16 06:45
    야생의 지적질이 나타났다!
  • profile
    Just 2014.04.16 07:53
    형 지적질은 카페 덧글로 해주십셔.
    좀 살려보게.
  • profile
    ender5420 2014.04.19 05:49
    왠지...앤딩이 좀..슬픈 이유는 뭐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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