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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눈앞에는 마벖소녀가 있었다. 당황스러움보다는 이러한 상황을 연출해 낼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해 한숨을 쉬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깨 아래에 걸쳐지는 갈색 단발머리였던 소녀는 지금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아쿠아마린 색깔의 생머리였다.

아 뭐, 거기까진 봐줄 수 있었지만 정말 무리수였던 건 무지개를 피아노로 연주하듯, 머리카락 색깔이 [도레미파솔라시-빨주노초파남보]로 바뀌고 있었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에 네온사인을 박아놓은 것도 아니고  이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내가 당황-어이상실-무서움-멍청한 표정을 한꺼번에 짓자 소녀도 익숙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뭘 멍청하게 그렇게 서있어? 소멸되고 싶어?"
"아니, 딱히 살고 싶진 않은데...."

"멍청아! 소멸이랑 뒤지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 지옥가서 염라대왕님이랑 짝짜꿍 할 수도 없다고!"

뭐라고 하는지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곧 이상하도록 비상해진 내 머리가 소멸과 죽음의 사전적 의미를 내게 간단히 서술해주었다.

 

-소멸 : 사라짐. 영혼까지 말끔히! 영혼결혼식 불가능

-죽음 : 육체는 생체기능을 잃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지만 영혼이 지옥이나 천국가서 편히, 또는 불편하게 살음. 결혼식 가능

 

"헐.... 잠깐만! 아까 5분... 아니, 이제 거의 4분? 그 정도 밖에 안 남았잖아!"
"걱정마. 너는 물론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소멸당하지 않으니까."
"아, 그래?"

하긴, 마법소녀니까 못하는 일이 뭐 있어? 나는 내 손을 꼭 잡은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상할 정도로 부드러웠던 그녀의 손엔 새하얀 장갑이 껴져 있었다. 에라이, 여자 맨살도 못 만져보네...

다른쪽 손에는 정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지팡이가 들려져 있었다. 지팡이 끝에는 리본체조라도 할 것인지 흐늘흐늘한 비단천이 매달려 있었고, 각자 여러 색깔의 빛을 뿜고 있는 보석이 지팡이의 양 옆에 달려있었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보석들 역시 이 마법소녀의 머리칼처럼 [도레미파솔라시-빨주노초파남보]로 빛나고 있었다.)

 

소녀는 심호흡을 하더니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높게 들었다. 키가 워낙 작고 지팡이 역시 좀 짧다보니 내 키보다 살짝 위지만.....이라고 생각할 때, 갑자기 휴대폰 안테나처럼 1층, 2층, 3층이 가늘게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한 5층 정도까지 안테나(?)가 뻗어나오자 그 길이는 거의 내 키의 두 배 정도가 되어서, 조금 징그립기까지 했다.

 

설마 여기서 또 그 유치한 대사를 하진 않겠지?

"하늘의......"
"아 제기랄..."

중얼거리며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이상한 라임이나 맞추는 Star Light, Earth Live 같은 것 좀 빼면 나을텐데.. 살짝 이상한 듯 쳐다보는 소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귀를 틀어막았다. 저딴 오글 대사를 듣게하려고 날 살렸습니까, 하느님?!

그 때, 갑자기 천지가 진동을 했다. 지진과는 좀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땅이 울린다기보다는 대기가 울린다는 표현이 알맞다. 귀를 틀어막고 있던 손가락을 떼자 마침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는 듯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벌써 시작된건가?"
"응? 뭐가??"
"시공간전이선이 뭔지는 알지?"
"어....어, 나름 뭐....."

 

그 시공간 어쩌구가 나 때문에 생겨난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딴 건 뇌의 빈 공간에 구겨넣으며 대답했다.

 

"시공간전이선은 시간이 지나면 두 가지 형태로 변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아까 뉴스 속보로 얘기했던 소형 공간침식 형태야. 순식간에 공간의 일부분을 소멸시켜버리고 그 공간 자체의 존재를 지워버리지."
"아아..."

알아듣진 않았지만 열심히 대답했다. 정확히는 추임새.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있는데, 그건 근 3000년 간 우리 공간계에 한번도 생기지 않아서 일반인들의 기억 속에선 지워졌지. 바로 이세계의 생물들을 배출해내는 구멍인, 웜홀."
"웜홀?"
"그래. 무시무시한 구멍이지. 이세계의 생명체라면 뭐든지 변질시켜서 보내오니까."
"........응? 뭐라고?"
"하아.... 쉽게 말하자면 딴 세계에선 물벼룩이었던 게 웜홀을 타고 우리 세계에 오면 30m 짜리 식인철갑거북이 된다는 말이야."
"으이이익?!"

30m 짜리 식인철갑거북이라니...! 꽤 멋지겠다는 상상에 소름이 한 번 돋고 끔찍하는 생각에 두 번 소름 돋았다. 물고기가 메갈로돈, 고양이가 샤벨타이거, 코끼리는 과연 뭐가 되서 올까... 아,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그, 그럼 저 웜홀이란 걸 막을 방법은 없는거야?!"
"현재로선 없어. 물론 웜홀이 생겨나는 건 순간적이야. 일정한 양의 생명체들을 뿜고 나면 저절로 사라지지."

그 말에 난 저절로 안도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실지렁이가 웜홀을 지나 이곳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그 때, 또다시 대기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의 심장이 뛰는 느낌과 비슷했다.

또, 두근!

두근...

두근...

 

"온다!!"

그리고 쾅!!!!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빨아드릴 듯한 0.000...1초가 지나갔다. 잠깐의 끌림에 온 몸의 털이 첫사랑 상대를 만난 것처럼 곤두세워졌다. 공기의 순환이 멈춘 듯 몇 초가 말은 물론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입을 뻐끔거리며 내 옆의 마법소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도 직접 웜홀을 맞는 것은 처음인지 긴장한 눈치였다.

 

.....그리고 다시 쾅!


"크헉!"
"꺄아아아아!!!"

방금 전 우리를 끌어드릴 때와는 다르게 엄청난 돌풍이 모든 존재하는 것을 밀쳐냈다. 고층 건물들은 간신히 버텨내는 듯 싶었지만 크기가 작고 설비가 미흡한 건물들은 벽과 천장이 뜯겨나갔다.

 

마법소녀는 엄청난 반응속도로 날아가려는 나를 덥썩 붙잡으면서 지팡이를 바닥에 꽂고 (\어느새부턴가 안테나가 사라져 있었다.)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것처럼 소리쳤다.

 

"쉴드!!!"
-쩌어어엉!!!

엄청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철판과 철판을 맞부딫힌다해도 이렇게 큰 소리가 나진 않을 것이다. 소녀가 만든 반투명한 분홍빛 쉴드 덕분인지 불어오던 돌풍은 모두 미풍으로 바뀌어 있었다.

 

"휴우... 고마워, 덕분에 살았..."
"말.... 시키지 말아줄래?"
"아 네."

그러고보니 소녀의 이마엔 벌써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특히, 새하얀 피부 위로 툭 튀어나온 선명한색의 시퍼런 힘줄은 내 입을 저절로 다물게 만들었다. 그 때, 어디선가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쩌적....쩍...

"크윽....."

맙소사. 설마 내 눈에 보이는 저게 금은 아니겠지? 하지만 불행하게도 소녀가 만든 분혼색 쉴드는 점점 더 투명해져가면서 분홍색 꽃가루를 흘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듯, 소녀가 소리를 질렀다.

 

"야아아아아아앗!!!"
-파아아앗!

소녀의 외침에 응답하듯, 지팡이 끝에 달린 커다란 보석 역시 눈이 부시도록 밝은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 빛이 내 시야를 지배하고 내 세상에는 하얀색 밖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에서 평범한 건 나 밖에 없구나.

 

 

 

 

-......그오오오오....

 

아, 기절하고 있었나?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뜨자 안색이 파랗게 질린 마법 소녀와, 끝인지 시작인지 알 수 없는 완벽한 어둠으로 이루어진 꽤 큰 구멍이 보였다. 저게 웜홀인가?

 

-그오오오오.....

 

마치 손으로 귀를 덮은 것듯한 소리가 웜홀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무릎과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소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음.... 딱히 살고 싶진 않았지만... 뭐, 소멸당하고 싶지만 않았으니까, 고마워."
"허억.....허억...... 무슨.... 이제부터 시작인데...."

중얼거리듯 대답하던 소녀의 안색이 웜홀을 보더니 더욱 파래진다. 나 역시 조금 고개를 돌려 웜홀을 바라보자.... 오마이갓? 벌써부터 뭔가가 튀어나오려고 한다. 마치 개그프로그램에서 많이 하는 얼굴로 비닐랩 뚫기!!!를 검정색 버전으로 하는 것처럼 웜홀을 찢으려는 듯이 사람의 얼굴과 손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리는 벽돌이 쪼개지는 소리다.

 

-쩌적.... 쩍.... 콰직....

"웜홀에.... 금이 간다?"
"......그러네."

하얀색 실금이 거미줄처럼 웜홀에 번져갔다. 방탄 유리에 총을 쏜 것과도 같은 모양새였다.

 

"아.. .안돼.... 막아야.... 사람이 웜홀을 통과하면..."

소녀의 말에 그제서야 나도 상황의 심각성을 조금이나 깨달았다. 지금껏 내가 생각한 것은 거의 애완용 거북이나 열대어, 실지렁이 같은 것이었는데 사람이 웜홀을 통과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지구 최고의 지성을 가진 인간이 웜홀을 통과할 경우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사이코패스가 통과하면 지구가 남아나질 않을 것이란 건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는 소녀의 의지와, 또 그런 최악의 사태를 바라지 않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는 지, 웜홀은 자신에게서 나오려는 존재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터져버렸다.

 

아지막 마지막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쪼개버리며, 심지어 공간도 없애버리며 나와버린 최악의 생명체를 보았다.

 

-.....쿠구구....

 

안개같은 연기가 바닥에서 피어오른다. 콜록거리는 기침소리와 함께 무게실린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것이 맞다. 침을 꿀꺽 삼키며 마지막 희망인 마법소녀를 바라보았지만 아까 돌풍을 막는 데에 힘을 다 써버렸는지 아직도 자리에 주저앉아 지팡이를 겨우 연기 속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연기를 손짓만으로 소멸시키며 우리의 앞에 나타난 것은...

 

 

 

 

 

뿔달린 악마.... 아니, 미남이었다.

 

 

 

 

마법소녀를 힐끗 보자 그녀의 얼굴은 달아올라 있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네....라고 아주 잠깐 동안 생각했다.

  • profile
    Octa 2013.11.12 06:09
    아.. 미치겠다.. 오글거리네요 ㅋㅋ
  • profile
    코인천국 2013.11.15 05:48
    마지막 반전은 뭐지.. 생각지도 않은게 나오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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