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2 (Small Creature)

by Octa posted Sep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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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상쾌하게 시작해야할 아침을 아주
더럽게 시작했다.
아침부터 기분이 더러우니.
오늘은 꽝인 듯 싶다... 악몽을 꿨다.
난 기분이 매우 잡친채로 터덜터덜
학교에 걸어갔다.
학교에서도 내 머리엔 그 기분나쁜
꿈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악몽을 꿔도 하필이면
내가 개미인 꿈을 꾸다니...
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을 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너.. 오늘따라 이상하다? 정신나간애같아.."
난 화들짝 놀라 그쪽을 바라봤다.
평소에 좀 친한 녀석이였다.
"어?.. 어.."
"왜그러는데?"
"아냐, 그냥 멍때린거야.,"
그땐 가볍게 웃어넘겼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쉬는 시간, 난 기분전환이라도 할겸
애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녀석들은 애꿎은 벌레들을 잡아 죽이고 있었다.
화단쪽에서는 꽃등애, 교목쪽에서는 개미, 그리고 날라다니는 잠자리를 쫓아가는
한심한 녀석들..
몇몇 애들은 꽃등애와 벌 하나도 구별 못해 벌에게 된통 혼나지만, 어떤놈은 아예 말벌까지 잡아버리는 놈도 있었다.
꽃등애들을 잡은 뒤엔 어떻게 하냐면..
날개를 때고 자기 손에서 이리 저리 갖고 놀다가 질리면 창밖으로 던저 버리거나 익사시킨다. 그래놓곤 또 잡으러 간다..
난 저 쓰래기같은 인간주의자 녀석들에게 한없는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더 참혹한건 말벌과 잠자리였다.
말벌을 잡은 후 날개를 때고 손 등으로 벌침을 빼는데 그걸 못하는 녀석은 아예 가위로 꽁무니를 후벼 판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렇게 해 놓고 애들은 그 불쌍한 것을 애완동물로 취급하며...아니, 장난감으로 취급하며 갖고 논다. 이녀석이 이렇게 한참 애들이랑 놀아준 뒤 녀석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죽음 뿐.. 너무나 참혹하다. 잠자리는 잡은 즉시 사지가 분해되고, 개미굴에는 물을 뿌려댄다. 그리고 비오는 날에 생긴 물웅덩이에 가끔씩 소금쟁이들이 날아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비가 그친 뒤, 물웅덩이는 곧 증발해 버리고 아이들은 육지에서 재대로 걷지도 못하는 소금쟁이를 밟아 죽이느라 정신이 없다.
학교는 그야말로 곤충의 무덤인 샘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게 사라지긴 하지만...
학교 밖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부러 죽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발 밑을 전혀 신경쓰는 사람 역시 없었다.
그렇게 쓸대없는 잡념과 꿈생각에 빠져있었더니 시간이 훌쩍 기버렸고 어느덧 마지막 교시가 됐다.
"너 오늘 진짜 정신나간놈같았어.."
"맞아 너 무슨 일 있었냐?"
애들의 질문에도 그냥 대충 대답해 버리고 서둘러 곤충학살장을 탈출했다.
그렇다. 내 눈엔 학교가 그렇게밖에 안보였다.

집으로 오니 아무도 없었다.
'잠깐 어디 가셨나?'
난 얼른 씻고 나와 소파에 누워
폰이나 만지고 있었다.
난 지금 기분 전환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였다. 그 때 티비에 붙어있는 쪽지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집에 못 들어가, 니내 아빠
교통사고 나서.. 알아서 밥 챙겨먹고 자라.
밤 늦게까지 뭐 하지 말고.'
다소 충격적이였다. 하지만 글씨 상태를
보아선 그렇게 큰부상은 아닌 듯 했다.
큰 부상이였으면 저런 쪽지를 남길 일도 거의 없고, 혹시 남겼다 해도 휘갈겨 썼을 태니까.
"안그래도 심란한데.."
다시 소파에 드러누웠을 땐 언제 날아 들어왔는지 풍뎅이가 형광등에 몸을
부딫히고 있었다. 한심해보이기도,
멍청해 보이기도, 불쌍해보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대단해 보였다.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아픔을 감수하면서도 빛을 향해 날아간다.
그것이 비록 허망한 꿈이라도...
그렇게 멍하니 풍뎅이를 보고 있었다..
결국 풍뎅이는 지처서 떨어젔다.
다른사람 같으면 저녀석을 본 즉시 잡아서 변기통에 처넣었을 것이다. 불쌍한것.. 왜
궂이 곤충으로 태어났을까...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래도 풍뎅이는 아니다.
그렇게 멍하니 있다보니 어느덧 9시..
이런... 하루를 또 쓸대없이 허비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