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을 살아가는 사람들 - 1화 : 마법소녀와 미남 악당과 나라는 우울증(3)

by 곧별 posted Nov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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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마법소녀물은 많이 존재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악당들은 잘생기고 예뻤고, 마법소녀 소년들 역시 귀엽고 깜찍, 예쁘고 잘생기고 아무튼 하나같이 천상계 외모를 가진 외계인 같은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그 중엔 외계인들도 섞여있었지만.

하나같이 몇 백 캐럿은 되어보이는 다이아를 박은 마법봉에 허리 아래까지 내려올 정도로 이상한 분홍색 리본에 레이스가 풍성하게 달린 치마를 입고 나대...아니, 날아다니는 미소녀 마법소녀.

하나같이 손가락보다 더 굵은 가시를 가지고 있는 장미 줄기를 엮어서 만든 마법봉에 블랙홀을 가져다 놓은 것처럼 새까만 정장에 피로 물들인 것 같은 새빨간 나비 넥타이를 한, 진짜 잘생긴 악마 악당.

 

설마 이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원작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났다.

 

시선이 마주친 둘 사이의 시간은 멈춰버렸는지 몇 분 동안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눈이 아픈 건지 소녀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렀고 악마 역시 멍~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본다.

그 둘을 번갈아보면서 나는 한숨을 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슬쩍 악마의 외모를 뜯어 관찰해본다. 동양인이 분명한 별로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였지만 눈은 날카롭고 나보다 더 크다.(아 제기랄..) 코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똑하지만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고 무척이나 자연스럽다.(무의식적으로 코를 만져보면서 또 욕을 뱉고 만다.) 얼굴에는 주름하나 없었고 입술 또한 예쁘다. 저 입술이 나보다 잘생긴 것 같아 기분 나쁠 정도이다.

게다가 피부또한 처녀설을 모아다 파우더를 만들어 문지른 것처럼 뽀얗다. 유일하게 내가 저 악마보다 나은 점이라고는 쌍꺼풀과 귓불이 있다는 것 정도? 분명 저 녀석보다 우성 유전자인데 왜 이렇게 패배감이 들지... 하아.

그 때, 오랜 침묵을 깨고 드디어 악마가 입을 연다. 숨을 뱉을 때마다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왼쪽과 오른쪽의 크기와 방향이 다른 뿔들이 자라고 있었다.

 

“......당신...”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귀를 틀어막고 싶다. 목소리마저 만화나 영화, 소설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멋있다. 힐끗 마법소녀를 바라보자 얼씨구. 아주 홍당무처럼 새빨게져서는 입김마저 하얗게 질리고 있었다.

...., 그러고보니 좀 추워졌다는 건 인정하겠다. 갑자기 왜 이렇게 추워졌지?

 

“......하아아....”


한숨을 쉬듯이 악마가 주변을 둘러보며 입김을 뿜는다. 순간,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본능이 위험의 경고등이 키고 있었다. 설마 방금전 웜홀을 부순 것처럼, 연기를 흔적도 없이 없애버린 것처럼 이 장소 또한 없애버리려는 것이 아닐까? 맘에 들지 않아서?

“...하아아아아....”
“........”

 

또 다시 한숨을 쉰다. 이번엔 땅을 보면서. 그러다가 다시 하늘을 보면서 새하얗게 질린 숨을 뱉는다.


하아아아아....”
“........”
파이어어아아아아....”
“..........?”
크흠, .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웜홀을 건너오면서 살짝 뇌가 손상된 건 아닐까 생각할 뻔했다. 마법소녀는 악마의 맹구같은 행동을 보면서도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건지 멍 한 눈동자를 코 끝에 모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완전 뿅갔군.

나는 침을 삼키며 그에게 질문했다.

 

, 이곳을 어쩔 셈이냐!”
왜 소리 지르고 그래..”
맞아! 왜 소리 질러?!”
“......? 아 네, 죄송합니다.... ?”


나도 모르게 사과해버렸다. 그보다 이 미친 년이? 너는 뭘 잘했다고 소리지르는 거야?! 악마는 새하얀 고드름처럼 뾰족한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흐음.... 여기를 어쩔 셈이냐고? 글쎄... 우선 이곳에 대한 지식은 저 구멍을 통해 오면서 다 알게 되었어. , 물론 저 구멍이 웜홀이었고 저걸 통과해서 여기로 오면 모든 생물체가 괴물로 변해서 온다는 것도 말야.”
“.....”

하지만 난 괴물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난 이곳을 멸망시키지는 않을거야.”
, 다행이다~ 역시 난 당신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마치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 같이 살살 꼬리를 흔들며 악마의 옆에 철썩 달라붙는다. 마법소녀가 저래도 되는거야? 그러나 곧 그녀도 어이상실한 표정으로 그의 다음 말을 듣는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존재를 다 죽여버리고 내가 왕이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