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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워 보이는 미소 짓기, 머리 위로 살짝 손 들어보이기, 반가워하는 목소리 내기.

친구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창피한 과거 색출, 묵혀두었던 뒷담 듣고 웃어주기.

별 볼 일 없는 웃음에 마주 웃어주기, 그 때를 그리워하는 녀석들에게 술 한잔 돌리기.

취해서 정신나간 녀석들이 하는 추태에 웃는 녀석들 따라 웃기, 뒷정리 도와주기.

주황빛 눈 찢을 듯 덤벼드는 가로등 아래 심하게 취한 동창 녀석 업은 채 골목 걷기.

먼지 부옇게 내려앉은 뒷골목 지나쳐 대로에 닿으면 틈틈이 지나가는 택시 잡기.

예산 초과한 요금 내주기, 얌전하게 뻗어있는 녀석 제대로 뒷좌석에 눕혀주기.

지독하게 현실적인 무도회를 어정쩡 끝낸 채, 다시 인생으로 돌아오기.

 

가면이란 게 직장에서나 쓰이는 놈인 줄 알았더니

친구라는 녀석들마저 가면을 슬며시 쓰고 있었다

지독한 현실에 웃는 가면이 필요했던 녀석들이 모여 만든

호탕한, 그럼에도 슬픈 웃음이 넘쳤던 무도회는 이제 끝났다

수많은 가면을 거쳐 그렇게 바라던 웃는 가면까지 썼거늘

어찌 그들의 표정에는 가식, 가식만이 넘치는 것인지 원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인지

우리에게 웃음이란 상품, 서비스, 거래를 위한 밑작업에 불과해서

이젠 친구들끼리도 서로 웃음을 팔고 있다

자, 내 웃음은 이 정도다 네가 바라는 웃음이 이 정도냐

은연 중 재보고 또 가치를 계산해본다

기대 이하의 웃음을 보이는 녀석은 친구 취급도 받지 못할 것이다

 

홀로 편의점 구석에 앉아 소주병을 기울인다

이제는 잃어버린 진짜 웃음을 보려고 얼굴을 데운다

취기에 불타는 얼굴이 거울을 보고 찡그려진다

분명 웃는 근육은 이렇게 움직이는 것일 텐데

거울 속 나는 내 모습을 보고 찡그리기만 할 뿐이다

가면을 벗은 웃음은, 더 이상 웃음이 아니게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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