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죠? 자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게 누가 100점 채우래? 퇴학을 당하면 학생 신분 아예 퇴출이니까 이게 최선이다, 임마.
하, 아니 뭐가 최선이예요? 그깟 담배 몇 개비 피운 거 걸렸다고 퇴학 당하는 겁니까?! 전 잘못없어요! 전 중독되었다고요!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러나 교장은 여전히 냉정하다.
그건 내 알바가 아니고.
그 때, 교육부 장관이 들어온다.
이봐, 교장.
네?
자네 퇴출시키기 전에 사직서 쓰는 게 좋을거야.
네? 정년까지는 10년 넘게 남았는데 무슨...
하아. 모르겠어? 네 새끼 비리. 학교 자금 몰래 야금야금 빼먹던거. 다 걸렸다고.
학생도 교장도, 모두 경악에 찬 표정이 된다.
당신 이렇게 더러운 인간이었어?
아니 난... 제길 이게 어떻게 된...아니 이건 내 탓이 아냐. 돈이 날 유혹했어. 너도 알잖아, 학생! 담배도 유혹을 끊을 수 없는 것처럼 이것도 마찬가지야!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게 아냐!
하! 그걸 말이라고 하는건가?
그 때, 대통령이 들어왔다.
교육부 장관.
대 대통령님. 여긴 어떻게...
미안하지만. 이제 장관직을 내려놓으셔야할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하아, 당신이 아이들 상대로 원조교제 한거. 연예인 성접대한 거. 다 걸렸습니다. 이제 법의 심판을 받으시죠.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아니 잠깐만요. 그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이 학생이 담배의 유혹을, 이 교장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처럼, 저도 그 여인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겁니다!
제길, 그 여자들이 꼬셨다고요!
그 때, 갑자기 대지가 고동을 쳤다. 마치 막 태어난 아이의 심장처럼 거세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이봐 대통령.
지구가 말했다.
지, 지구가 말하다니..
나 내일부터 인간을 멸망시킬려고.
네? 그게 무슨...
아니 너희들이 자꾸 내 몸 위에서 더러운 짓 하잖아. 대통령이나 된 작자가 외교를 병신같이 처리하지 않나, 국민을 팔아넘기지 않나.
또 국민이란 것들은 같은 종족을 쳐 죽이지 않나 겁탈하지않나.
더 엿같은 건 내 몸 위에 쓰레기를 버리는거야. 좀 덥게 만들어서 빙하도 녹여봤는데 쓰레기를 전혀 줄이지 않더라고. 여튼 그렇게 알아.
모두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때, 갑자기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 당황과 어둠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태양이 말했다.
이봐 모두들.
네?
나 그냥 내일부터 잠잘려고.
무슨... 어째서요! 우리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잘못했습니까?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했더라도 그건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강한 유혹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그런거 때문이 아냐.
네?
그냥. 졸려.
그리고 세상은 멸망했다.
극단적 상황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