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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호기 넘치게 다짐했던 때로부터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자. 아, 하세요!"

"아아……움."

1주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나는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보스, 라고 불리는 자의 전언만을 질리게 들었고, 그 결과 지금은 메이엔이 떠 주는 죽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먹을 만큼 환자 역할에 꽤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사실 익숙해지면 안 되는 거지만.'

자신의 일도 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침대 시트를 매일 갈아주고, 온갖 시중을 매일 매 순간마다 원하는 때에 딱 맞춰 들어주는 메이엔에게 고마움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감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은 처음보다 편한 마음으로 잡담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친하게 지내는 중이고.
…목욕 시중을 들어준다며 맨몸으로 욕실에 들어온다거나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건 좀 참아줬음 하지만.
어찌되었건─메이엔의 헌신적인 간호 덕인지, 훌륭하신 보스의 전언 덕인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현재 내 몸상태는 최상, 그 이상을 가볍게 뛰어넘을 기세다.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어디든 돌아다니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게, 사실 보스가 이런 식으로 방심을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길 정도니 말 다 한 셈이다.

"맛있죠?"

"죽에 맛을 따지는 것도 조금 이상하지만, 지금까지 먹어온 죽 중에는 이게 제일 맛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요? 헤헤. 그거,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다음에는 더 맛있게 만들어 볼게요!"

"그래, 기대해볼게."

…설령 방심을 유도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난 무어라 할 자격을 이미 잃었지만.

'항상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 걸어오는 사람에게 냉담하게 대하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자신에게 변명을 하고 있다는 건 잘 알지만, 차라리 나중에 후회를 하더라도 메이엔에게만큼은 딱딱하게 대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것이 신뢰나 의리를 따지기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이니까.

"아, 내일은 당근을 좀 무르게 만들고 대신 양파의 아삭함을 살려볼까요? 살짝 간이 덜 되겠지만 후추는 빼고요."

"내가 아직도 환자였다면 그 죽도 괜찮은 음식이겠지만, 봐. 이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해졌다고? 밥이라든지, 여러모로 다른 메뉴도 괜찮겠다 싶지 않아?"

매일 매끼마다 요리를 만들어 먹여주는 사람한테 이 무슨 건방진 요구인가 싶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 색다른 무언가가 너무 땡겨서 참을 수가 없다.
차라리 내가 직접 무언가를 요리해 먹고 싶을 정도로.

"네? 음, 그럼 보스께 말씀드려 보고 허가가 내려지면 그 때 힘내볼게요!"

"땡큐. 이왕이면 나도 도울 수 있게 해줘. 어차피 힘도 넘치니까."

"마음은 감사하지만 보스의 명은 절대적이라서요. 대신 너무 힘내는 바람에 두 명분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 그 때 음식 처리를 도와드려도 될까요?"

"그건 오히려 이쪽이 환영할 말이지."

내 대답에 환하게 웃어보이는 메이엔.
이 경쾌함이, 밝음이 싫지는 않다.
다만────
웃는 얼굴과 연이의 표정 없는 얼굴이 겹쳐보일 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이 지독하리만치 아프다.

'…….'

왼쪽 눈과 함께 지우려 했던 '그 일'은 연이가 보여준 마지막 얼굴의 형태로 남아, 언제나 내 가슴을 후벼판다.
'죄책감', 이라고 하던가.
그것이 나를 좀먹는 것이 싫어서, 그것이 나를 지배하려 드는 것이 무서워서.
속죄라는 변명으로 묶어놓고 필사적으로 그것으로부터 눈을 돌린다.
그렇게밖에 하지 못하고, 그런 것밖에 할 수 없는 나란 녀석은─────

'…후.'

한심함, 그 자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또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아까부터 멍하게."

"───핫."

메이엔의 얼굴이 가까워 나도 모르게 흠칫 뒤로 물러난다.
허나 등이 진작에 베개에 붙어 있었기에, 외려 몸을 세우다 이마를 들이받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아아……."

꽤 세게 부딪혔는지 눈물이 절로 새어나온다.
정작 메이엔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해 다행이긴 하지만…….
처음 '괴한'과 만났을 때도 아무렇지도 않게 철봉을 휘둘러대는 이 녀석은 도대체 얼마나 튼튼한 거야.

"에고,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인가.

"…별 거 아냐. 그냥 좀, 곧 보스를 만나도 되지 않나 싶어서."

여동생을 생각하면서 자기비하에 빠져 있었다, 라고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역시.
해서 대충 얼버무리자, 메이엔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음, 그렇네요. 확실히 컨디션도 좋아 보이시고, 무엇보다 식욕이 왕성해지셨으니까요."

"식욕으로 결정되는 사항이 아니잖아, 그거."

가볍게 딴죽을 걸자 평소처럼 헤실헤실 웃어보이는 메이엔.
무심코 마주 웃어주려다 퍼뜩 정신이 들어 표정 관리에 들어간다.
사람을 무방비하게 만드는 웃음이라니, 정말이지 무서운 무기다.

"그럼, 전 그릇 정리하고 다시 올게요. 오는 길에 보스께 보고도 드릴 테니 조금 늦어져도 그러려니 해 주세요!"

"어. 느긋하게 다녀와."

내 말이 들리긴 한 건지, 허겁지겁 그릇을 챙겨들고 복도로 달리는 메이엔.
얼마나 급하게 나간 건지, 문이 제대로 닫혀 있지 않다.

"…저 덜렁거리는 성격이 문제지, 언제나."

정말 못 말리겠다니까,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문을 닫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요. 저 아이는 머리는 좋아도 그런 쪽에는 약하니까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또각, 굽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난다.
흰 간호사복과 검은 머리칼이 완벽하게 대조되는 여인.

"────아?"

워낙 신경쓰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라 누구인지는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허나 이런 식으로,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이러면 상황이 너무 복잡하게 꼬이니까.
아니,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다'고밖에 설명이 안 되니까.

"누……님?"

"안녕, 윤. 여기 생활은 괜찮았어? 힘든 건 없었지?"

찡끗, 윙크를 해 보이는 장신의 여인.
어떻게 보아도 분명 누님의 얼굴과 완벽히 일치하다.
절로 식은땀이 솟아난다.
언제 쥐었는지도 모를 주먹이 부르르 떤다.

[전, 당신이 필요해요.]

처음 만났을 때의 누님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옛날엔 그저 '정중함을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불가사의 투성이인 정체불명의 조직은, 이미 아주 옛날, 내가 반쯤 내가 아니게 된 시점부터 나에게 접촉을 꾀하고 있었던 것이다.
  • profile
    Octa 2014.05.05 19:27
    그렇게 꼭 하루에 하나씩 하실 필요는...
    뭐, 그래도 제 입장에선 좋으거죠!
    목은.. 빨리 나으시길~
  • ?
    개소실 2014.05.06 01:46
    어... 그냥 농담식으로 얘기한 겁니다. 하하...
    그리고 요새 달빛조각사란 놈이 급꼴해서 한동안 글 놓으려구요 ㅋㅋㅋ
  • profile
    Just 2014.05.06 07:04
    정식연재로 올려드렸습니다.
    제목 전부 미제로 바꿔주시고, 연재할 요일을 정해주세요.
  • ?
    개소실 2014.05.06 07:50
    매주 일요일.
  • profile
    Just 2014.05.06 09:56
    제목 바꿔주시구. 일욜 연재하실게여.
  • profile
    Octa 2015.01.18 19:34
    오늘도 재밌게 보고 가네요 ㅋㅋ
  • ?
    개소실 2015.01.18 19:39
    이 비루한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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