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4 01:46

[간단] 눈물로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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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로 참는다

 

 가로등 빛만이 길을 비추는 어두컴컴한 밤, 한 걸음 한 걸음 그 길을 걸을 때마다 하늘에 보이는 별을 세면서 나는 한 소녀를 생각했다.

 

 그 소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구멍 난 스타킹을 하고는 학교를 당당하게 다녔었던 그 소녀.
 가끔 어두컴컴한 밤, 부모님의 심부름을 하다가 가로등 빛 아래에서 마주쳤던 그 소녀.
 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 지켜보기만 했던 다른 친구들과 달리 ‘이제 그만 좀 해.’라는 말을 당당하게 했었던 그 소녀.
 나에게 무슨 감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힘들 때 항상 곁에 있어주었던 그 소녀.

 

 ‘유린아, 잘 지내고 있어?’

 

 나는 그 소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가로등 빛 아래에서 하늘을 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유린아,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이 모든 게 나 때문이다.

 찢어진 스타킹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바로 내가.
 심부름 가는 길에 마주쳤던 그 소녀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바로 내가.
 이제 학교에서 내가 괴롭힘을 당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만들었다. 바로 내가.
 내가 힘들 때, 바로 지금처럼 이렇게 힘들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만들었다. 바로 내가.

 

 그 소녀를 생각하며 별을 세고 있던 중 별 하나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 별은 별똥별이 되어 내 가슴으로 흘러내렸다. 내 가슴으로 흘러들어온 별똥별,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빛이 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했다. 이런 따뜻함, 내가 느끼고 있다니 내가 정말 원망스럽고 한심했다. 하지만 그 따뜻함은 내 가슴을 누르더니 눈물을 흘리게 했다. 눈물을 참으려고 했었다. 내가 그 소녀를 죽게 만들고 난 후에는.
 철없었던 그때의 나는 부모님께 화가 나 집을 나갔었고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도로를 걷고 있었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내가 조금만 정신을 차렸었더라면.
 내가 조금만 철이 들었었더라면.

 

 지금 그 소녀가 내 눈앞에 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대체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그자신의 위험은 생각도 안 했는지 나를 구하러 자동차 속으로 달려들었었던 그 소녀.

 

 왜 나를……?
 나 같은 걸 왜……?

 

 작은 불빛과 함께 큰 소리를 내며 달려오던 트럭이 나를 향해 갑자기 왔을 때 그 소녀가 나를 구했었다. 하지만 나는 근 소녀를 구하지 못했다.

 

 좋아하고 있었는데.
 사랑하고 있었는데.

 

 ‘이런 어두컴컴한 밤에 너에게 말하는 내가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어. …… 사랑했어. 아니,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

 

 그 소녀는 아마 이런 나를 보고 헛웃음을 낼 것이다. 나도 이런 나를 보고 헛웃음이 나는데 그 소녀는 더욱.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이 한 번에 흐르는 것인지 눈물은 계속해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밤하늘을 보고 있던 내 눈은 점점 땅을 향해 아래로 떨어져만 갔다. 지금까지 눈물을 참았더니 지금 흐르는 이 눈물, 마치 눈물샘이 폭발한 것 같았다.
 몇 십 분 후, 나는 눈물을 멈추었고 코를 훌쩍대며 작은 소리로 나 자신에게 속삭였다.

 

 -내가 왜 지금까지 눈물을 참았을까? 너를 잊기 위해서 눈물을 참았는데 눈물을 흘릴수록 너는 내 머릿속에 더욱 각인 되었었어.
 -내가 왜 지금까지 눈물을 참았을까?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나니 생각보다 편한 것 같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참으면 이 죄책감과 우울함도 함께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어.
 -이제 눈물로 참을게. 네가 나를 구하려고 죽음에 뛰어든 순간이 내 가슴을 압박해도.

 

 이기적인 나. 그 소녀는 이제 죽고 없는데, 그 소녀는 죽기 직전 나보다 더 아팠을 텐데 지금의 나는 내가 아프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나를 보면서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건방진 말이지만 딱 한 가지만 말할게.

 

 “네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큰 선물이었어. 고마워, 나는 그 선물에 보답해주고 싶었는데.”

 

 그 소녀가 나를 보고 뭐라고 하던 나는 그 소녀가 있었던 내 기억을 되살리며 내 아픔을 눈물로 참는다.


누군가가 채팅방에서 당신을 호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