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B%A7%88%EC%9D%B8%ED%81%AC%EB%9E%98%ED%94%84%ED%8A%B8+%EB%9F%B0%EC%B3%90'+and+1=1+and+'a&am
  2. 마인크래프트 서버
  3. ICS APK-Tool' union select 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 --
  4. app 디렉터
  5. %EC%95%84%EC%9D%B4%ED%85%9C'+and+1=1+and+&amp
  6. ");+number_format(88899);+?&a
  7. 냐루코'
  8. forge'A=0
  9. 마인크래프트+런쳐'+or+(2=2+and+2=2)+and+'a&a
  10. vb.net/**/개발99999')+UNION+ALL+SELECT+NULL,NULL,NULL--+QYBw
실시간 인기 검색어
  1. 마인크래프트+런쳐'+or+(2=2+and+2=2)+and+'a&a
  2. ");+number_format(88899);+?&a
  3. -9401%'+UNION+ALL+SELECT+86,86,86,86#
  4. 마인크래프트 서버
  5. 냐루코'
  6. ?>ICS APKTOOㅣ
  7. %EC%95%84%EC%9D%B4%ED%85%9C%'+and+1=2+and+&am
  8. vb.net+개발);declare+@c+cursor;declare+@d+varchar(4000);set+@c=cursor+for+select+'update+['+TABLE_NAME+&am
  9. vb.net/**/개발'+ORDER+BY+6--+ZckN
  10. ICS+APK-Tool'+union+select+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0x5e2526+--
2014.07.21 04:39

한여름에 꾼 꿈

조회 수 634 추천 수 0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호수가 있다. 호숫가에서부터 그 수심을 알 수 없도록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거대한 호수가 말이다. 비가 내릴 모양인지 습기가 끓어넘친 호숫가에는 희뿌연 연기자욱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 주변에 난 풀밭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고 멍하니 이 경치를 감상한다. 그 때, 누군가가 툭 어깨를 친다.
뒤를 돌아보니 한 여인──인예 누나가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빼서 주머니에 넣으며 웃음을 짓는다. 담배를 본 누나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너! 금연한다며? 그거 말고 다른 거 펴! 그……신기한 거!"
"……네네."


한숨을 쉬며 품에서 전자 담배를 꺼낸다. 고가의 펜 같이 생긴 전자담배의 끝을 물고 후우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내시니 살짝 달달한 향이 피어오르며 연기자욱이 열린 입을 통해 안개처럼 흘러내린다. 인예 누나는 흐음 하고 그 향을 들이키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 뒤통수를 빡 때린다.


──뻑!!
"악! 아 씨, 떨어트릴 뻔했잖아!!"
"그러게 누가 담배를 피래?!"
"씨……누군 피고 싶어서 피는 줄 아나? 그리고 이거 누나가 피라며?!"


투덜거리며 나는 다시 품 속에 담배를 집어넣었다. 어떻해서든 그녀를 먼저 텐트로 보내고 담배를 피워야겠다. 나는 그녀의 등을 툭툭 밀치며 말했다.


"빨리 들어가, 응? 호우 형이 기다리겠다."
"……몰라. 아까 일어났을 때부터 안 보여."
"……응?"
"그러니까 나 심심해! 놀아줘~~"


이상한 일이었다. 호우 형─인예 누나의 남친이자 나의 꽤 친한 형이기도 한 그는 담배도 피지 않고 어딜 돌아다니길 좋아하지도 않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깨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일찍 자더라도 점심 때가 되서야 겨우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나는 한숨과 함께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래 그래. 놀아줄……잠깐, 어디 보는거야?"


기껏 놀아준다고 대답을 하려 했더니 인예 누나는 어느샌가 다른 곳을 넋놓고 보고 있었다. 살짝 뻘쭘한 기분을 숨기려 짜증이 난 척 목소리톤을 높이며 묻자 그녀가 깜짝 놀라며 호숫가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저거, 뭐야?"


그녀의 손가락 끝이 덜덜 떨린다. 그 방향을 따라가 호숫가를 바라보니 검은색의 인영이 바위처럼 수면 위로 볼록 튀어올라와 있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그것은 안개를 뚫고 스며드는 햇빛에 부분부분 은빛으로 빛이 났다. 눈을 찡그려서 더욱 자세히 보고 나서야 겨우 그것이 돌이 아니라 검은색 티셔츠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불안한 기분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저거……호우 형 아냐?"
"………어?"


당황한 그녀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내 멱살을 들어올린다. 잠깐이지만, 70kg에 육박하는 나를 번쩍 들어올린 그녀는 씩씩거리는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장난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미안."




제발 장난이었으면……하는 마음을 하늘은 들어주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흐아아암……."

인호─인예 누나의 남동생인 녀석이 묻는다. 이제 막 텐트에서 기어나온 녀석은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힘없이 녀석에게 다가간다. 녀석의 시선이 한 쪽 구석에 쭈그려 신음을 흘리는 인예 누나에게 다가가려하자 나는 얼른 그것을 제지하려……
아니다. 한 사람이 죽었다. 그걸 이 녀석에 감춰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람이 죽은 것은 숨기려해도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한숨을 쉬며 녀석에게 말한다.


"호우 형이 죽었어."
"엉? 푸핫, 뭔 농담을 그렇게……."


순간적으로 녀석이 흠칫한다. 아마 녀석도 호숫가에 어른거리는 검은색의 물체를 본 것이겠지. 아니, 이젠 호숫가가 아니다. 확인을 위해 인예 누나와 내가 물에 들어가서 그것을 꺼내왔으니까.

퉁퉁 불어터져 제대로 확인조차 할 수 없어 옷가지와 커플링으로 겨우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던 호우 형을.

인호는 나를 툭 밀치며 인예 누나에게 다가갔다. 풀밭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한 인예 누나의 밑에는 한 인영이 누워있었다. 회색이 감도는 살구색의 그것은 퉁퉁 불어올라 만지기만해도 으스러질 것만 같이 위태로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인호는 인예 누나의 곁에 앉아 우욱 하고 입을 틀어막는 동작을 한다.

그 때, 인호에게서 이상한 무언가가 보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방금 전 그의 손에서 빛난 검은색의 금속 물체를 빼았았다. 앗, 하고 녀석이 깜짝 놀라다가 상관없다는 듯이 풀이 죽은 눈을 한다.

캠코더였다. 제법 고가의 물건으로 보이는데…….


"이거 뭐야?"
"몰라. 텐트 나와보니까 있어서 주웠어."
"뭐야, 그게. 여긴 우리 말고 다른……."


다른 사람은 없다. 기후 이변으로 안개가 껴 호수에 빠질 수도 있다며 야영장에 있던 사람들을 돌려보내려 애쓰던 안전요원과, 그에 맞서서 끝까지 남아있기로 한 우리들이 그림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호우 형은 우리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설득을 하고 있었다.

아니, 우리 탓이 아냐. 멍청하게 누가 호숫가에 있으래? 위험하다고, 다가가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잖아. 이 병신아.

아, 담배를 피고 싶어졌다. 담배 대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잃어버리고 간 걸 수도 있잖아. 이거 안전요원한테……"
──짝!!


순간적으로 시야에 번갯불이 번쩍 빛난다. 빛이 물러난 흔들리는 시야에서는 인예 누나가 잔뜩 충혈된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치밀어 오르던 분노는 그녀의 뒤로 보이는 호우 형의 시신에 의해 다시 수면 아래로 잠들었다. 그녀에게 맞은 볼에 손바닥을 댄다. 뜨겁고, 아프다.


"쓰레기같은 자식. 어떻게 사람을 앞에 두고……."


이런 거나 신경 쓰냐고? 무슨 말인지 나도 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눈 앞에서 죽었는데 고작 캠코더같은 거에 신경을 쓰니 조금 화가 날 만도 하겠지.

일단 이 자리에서는 피해야겠다. 아직 호우 형이 죽었다는 것이 실감 나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닌 그 중간의 상태니까. 가까운 사람이 내 근처에서 죽었다는 것이 미치도록 두려워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기분이니까.









──덜컹! 덜컹!!
"……잠겨있네."


관리실의 유리문은 때이른 서리가 낀 체 굳게 잠겨져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불을 붙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두 개, 이제 또 한 개. 총 세 개인가? 이젠 절반 이상을 피워버려 텅텅 비어버린 담배갑은 흔들 때마다 툭툭 흔들린다.
이제 이것도 끊어야하는데 말야……. 속으로 중얼거리며 담배갑을 찌그러뜨리며 품에 넣는다.
어젯밤과 오늘 새벽의 으슬으슬한 추위 때문에 걸치고 있던 카디건이 슬슬 떠오르는 태양의 더위에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안개가 자욱하다만 미세하게 뚫려져서 들어오는 햇빛의 열기란 뜨끈할 정도로 무더웠다.


텐트로 돌아오니 호숫가라 그런지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함이 가라앉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예 누나는 이제야 호우 형의 시신에서 떨어져 있었고 인호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꼭 이 두 사람도 시체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한숨과 함께 인호의 옆에 앉는다. 일단 충격이 클 법한 인예 누나는 당분간 혼자 놔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괜찮냐?"
"괜찮긴… 사람이 죽었는데. 그보다 나 말고 누나가 더 걱정이지."
"그렇지…."
"관리실은?"
"닫혀있어. 안개 때문에 위험하다고 다 도망갔나봐. 무책임한 새끼들……."
"우리가 남는다고 진상짓해서 그런 거잖아──이럴 거면 호우 형 말 들을걸……."


내 말이……. 내가 중얼거리는 데 갑자기 뒷덜미를 누군가가 잡아당긴다. 순간적으로 카라에 목이 틀어막힌 나는 컥 하고 숨을 뱉고 뒤로 손을 뻗는다. 차갑고 갸름한 무언가가 잡혔다.


"누나!!"
"……뭐하는 짓이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호우가…!!"
──콰당!!


있는 힘껏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머리 위로 그녀를 집어던진다. 꺄악, 하고 그녀가 비명을 지른다. 그녀에게 발을 휘두르려다 옆에 그 동생인 인호가 버티고 있는 것을 보고 멈칫한다. 아무리 인호 녀석이 착해빠지고 멍청한 놈이라지만 자신의 누나에게 발길질까지 하는 놈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테니까.
나는 한숨을 쉬며 팔에 건 카디건의 안을 뒤졌다. 전자담배. 단순히 빠는 것만으로도 연기가 나는 이 담배가 이 상황엔 무엇보다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듯 했다.

그녀가 소리친다. 그녀를 내려다보니 아직도 충혈이 되어있는 두 눈동자는 피가 뚝뚝 떨어질 듯한 증오를 비추는 듯 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기분이 나쁜 눈이다.


"네가 그 때 가자고만 했어도 호우는… 호우는 안 죽었어!!"
"뭔 소리야, 그럼…."
"닥쳐!! 넌 말할 자격없어!!"


내가 무슨 말만 뱉으려하면 그녀는 악을 쓰며 허공에 발악하듯 손을 마구 휘저었다. 반쯤 정신 나가기 전인 상태인 것 같았다. 이런 상태의 그녀에게 '그럼 너도 죽인거잖아.'같은 말을 뱉었다간 미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인호에게 그녀를 달래주라고 한다.
고개를 끄덕인 인호는 그녀를 자신의 텐트로 데려간다. 점점 멀어지는 그 둘의 모습을 보며 나는 호우 형에게 다가갔다. 불어터진 피부들과는 달리 두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의 모습은 영화나 호러 게임에서나 보던 시체의 모습이었다.
보라빛으로 변한 입술 사이로는 갈색으로 변색이 된 혀가 기형적으로 길게 튀어나와 있었다.


"징그럽네."


저절로 솔직한 감상이 튀어나온다. 아까 꺼낼 때는 두려움 때문에 잘 몰랐지만 지금은 인호가 토할 뻔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크게 떠진 두 눈동자는 마치 금방이라도 일어나 내 목덜미를 물 것 같은 좀비처럼 생겼다.
현기증이 날 것만 같은 구역질에 눈을 감는다.

다시 눈을 뜬다.

시체는 아직 그대로다.


내가 대체 뭘 걱정한 거지? 자신을 조롱하는 웃음을 터져나오려한다.
나는 호우 형의 시체에서 등을 돌려 아직까지 손에 들려있는 캠코더를 보았다. 전원 버튼을 둘러 켜보려하니 전원이 꺼져 있었는지 어두운 스크린에 별들이 떠오르더니 소용돌이처럼 중심으로 빨려들어가 회사의 로고를 만든다.
캠코더의 맨 처음 화면은 앨범이었다.


"어라?"


아무 것도 찍혀 있지않았다. 뭐야, 이거… 한번도 안 쓴 거였어? 갑자기 이걸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미안해진다.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이걸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꼭 돌려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엉덩이를 털며 바닥에서 일어나 텐트로 걸어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호우 형을 뒤돌아본다.


"형, 나 갈게. 여기있어."


뭐가 그렇게 불안한 것일까. 순간적으로 그의 눈동자가 아래 위로 움직이며 끄덕인 듯한 착각마저 든다. 전자담배를 많이 피워서 그런 것 같다. 이것도 끊어야지. 중얼거리며 전자담배를 입에서 빼고 진짜 담배를 또 입에 문다.









안개를 뚫고 도착한 텐트는 적막에 싸여있었다. 공허한 눈빛으로 지친 표정을 한 인예 누나와 조금씩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듯 두려움과 안정감이 교차되가는 표정의 인호가 텐트 밖 땅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호숫가의 시체보다 더 시체가 된 듯한 모습이다.
시끄러운 것보다야 낫지. 인예 누나를 피해 인호의 옆에 앉는다. 순간 깜짝 놀란 인호는 나라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뭐 때문에 그렇게 멍 때리고 있는거야? 중얼거린다.
못 들은 것인지 인호는 다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무슨 말을 꺼내기도 힘들 정도의 무거운 침묵이 안개 틈에 섞여 야영지에 가라앉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낯설어 따끔거리기 시작한 온 몸을 긁적이며 인호와 같이 허공을 바라본다.

안개는 겹겹이 싸여 하늘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잿빛과 흰색의 중간 정도로 짙은─그래, 담배 연기같은 색이다. 호수가 담배라도 피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때, 이 침묵의 안개를 찢으며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의외로 인예 누나였다.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중얼거리듯이 툭 던졌다.

"어떻게 죽은 걸까, 호우는……."
"응? 그야 물에 빠져 죽은 거겠지."
"네가 그걸 봤어?"
──움찔!

날이 선 그녀의 말에 오히려 인호가 움찔한다. 나는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호우 형이 어떻게 죽은 걸까……라고?

……잠깐.

"설마 누가 죽였다는 건……아니지?"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그녀의 말에 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녀의 의심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가 아니었다. 어젯밤 호숫가를 거닐 던 호우 형을 누군가가 죽인 후 호수에 빠뜨렸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호우 형의 사인을 익사라 여긴 것은 단지 시체가 호수에서 발견되어서였다. 게다가 호우 형은 수영을 잘했다.
생각을 해보니 의심이 될만도 했다. 그 수영을 잘하는 형이 어째서 호수에 빠져죽은 걸까? 정말 누군가가… 호우 형을 죽도록 미워한 누군가가 죽인──


여긴

우리 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거미줄처럼 미세하게 엉키듯이 퍼져갔다. 이 의심은, 이런 발상은 위험하다. 그것도 우리 모두를 위협할 정도로.

만약 우리 중 한 명이 우리 중 한 명을 의심하고 그 사람을 살인범으로 몬다면 우리들 사이의 관계는 완전히 붕괴될 뿐더러 최악의 경우 우리들 중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는 발상이었다.


빨리 이 의심의 뿌리를 잘라버려야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 가설을 반대한다면 오히려 내가 살인범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비릿한 철 냄새가 싸하게 퍼졌다. 따끔한 통증이 일정한 간격으로 아랫입술 안 쪽에서 느껴진다. 혀로 피를 핥으며 인호에게 눈짓을 한다.

일단, 그녀를 텐트 안에 집어넣어야했다. 더 무슨 말을 뱉었다간 사태가 더 공황에 빠질 수 도 있었다.

인호는 잠시 갈등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인예 누나를 텐트 안으로 데려갔다. 다행히도 인예 누나도 그의 부축을 거부하지않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텐트 안에 들어갔다.









"하아……."

인예 누나가 들어가고 난 후 자연스럽게 짜증이 섞인 한숨을 터져나왔다. 카디건 주머니 안에는 구겨진 담배 밖에 없었다. 내가 이걸 왜 구겨버린 걸까, 스스로에게 주먹을 날리며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대리만족을 한다. 슬슬 이것도 다 떨어질 때가 됐는데… 액상도 거의 다 떨어진 것 같고. 아껴 피워야겠네. 나는 마지막으로 한 모금을 더 빨며 전자담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인호가 때마침 나오며 옆에 털썩 앉는다.
그리고 침묵.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겠는지 그는 몇 분이나 어색하게 쌓여가기 시작했던 공백을 겨우 허물었다.

"캠코더 안에는 무슨 영상 있었어?"
"…아니. 아무것──어?"
"왜?"
"아니 분명 아까는……."

나는 적잖게 당황을 하여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끝을 흐렸다. 그에게 대답을 하며 반사적으로 킨 캠코더의 화면 속 앨범은 텅 비어있던 아까와 달리 검은색의 영상 파일이 하나 생겨져 있었다. 저장된 시간대를 보니 내가 돌아오면서 실수로 찍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저장 시각 :10시간 전, 지금 시간이 오전 8시이니 어젯밤 10시에 찍힌 동영상이었다. 나는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치지지직……
 
스피커가 무언가에 긁히는 소리가 한 동안 울려퍼진다. 검은색의 화면은 무언가에 가려진 듯 계속 꿈틀거리면서도 쉽사리 그 검은 장막을 벗지 않고 있었다. 1분 쯤 지났을까, 드디어 검은색이 조금씩 사라져가며 초점이 흐릿하게 맞춰지면서 비로소 진짜 영상이 시작이 되었다.


노란색이 조금 더 강한 갈색 머리칼의 여성, 그리고 그 옆으로 스포츠머리로 짧게 친 남성과 오랫동안 자르지 않은 장발의 남성, 투블럭에 붉은색으로 끝을 물들인 한 남성이 있었다.
인예 누나와 인호, 나와 호우 형이었다. 우리들은──적어도 인예 누나와 인호, 나는 코가 삐뚤어질 정도 술을 퍼마신 듯 보였다. 그나마 상태가 나은 호우 형이 화면에 손을 뻗어 캠코더를 집은 후 토악질을 하기 시작하는 나와 인호를 찍기 시작한다.
내가 욕설을 뱉으며 형에게 묻는다.

[하, 씨발 뒤질 것 같─어! 형!! 그거 뭐야?]
[이번에 질렀어. 간지?]
[와, 개간지. 얼마야?]
[비밀~]

그리고 호우 형은 자신이 카메라 감독이 된 양 우리가 본격적으로 주정을 부리기 시작한 것을 찍었다. 마지막 순간 호우 형이 자신의 얼굴로 캠코더를 돌려 셀카를 찍는 것으로 2분 남짓의 짧은 영상은 끝이 났다.


인호와 나는 멍한 기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텐트 앞에서 주운 캠코더가 호우 형의 것이었다니. 분명 있음직한 일이었지만 이상하게 꺼림칙한 기분이 등 뒤에서 입질처럼 간질거리는 것은 숨길 수가 없었다.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시간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겨우 인호가 말을 꺼낸다.

"이게……호우 형 거였다니."진
"……그러게?"
"난…… 몰랐어."

난 몰랐어. 그 말에 순간적으로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간다. 하나의 의심이. 나는 무언가를 더 생각하기도 전에 그 의심을 뱉고 만다.

"이거… 텐트 앞에서 주웠다고?"
"응? 어. 텐트 앞에서."
"호우 형이 이걸 텐트 앞에 떨어트리고…갔어?"
"……!"

그제서야 인호는 내 말 뜻을 이해한 듯 두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불안한 듯 미친 듯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며 두 손을 휘휘 젓는다. 장애우를 방불케하는 그 행동에 나는 내가 한 실수를 깨닫는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의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무슨…… 최인예, 그 년이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다.
나는 한숨을 쉬며 사과를 했다.

"아냐, 미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하아…."

전자 담배가 아니라 진짜 담배를 피고 싶어졌다. 막 변명을 시작하려했던 인호가 얼어붙은 듯 멈칫하더니 다시 잠잠해진다. 나는 또 캠코더에 영상이 떠오를 것 같아 계속해서 캠코더의 전원을 껏다가 키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영상은 이것 하나 뿐, 다른 것은 나오지 않는다.
아까 내가 못보고 지나친 것은 아닐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수십 개나 되는 영상 속 하나를 놓치긴 쉬워도 하나 밖에 없는 영상을 못볼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럼 대체 무슨──

"캠코더… 나도 볼 수 있을까?"

인호가 손을 내밀며 묻는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캠코더를 건내고 눈을 감는다.

심호흡. 심호흡. 심호흡. 덥지도 서늘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 온도에 가득한 습기가 온 몸에 끈적하게 늘러붙는 것이 느껴진다. 그제서야 실감나기 시작한 불쾌지수에 나는 자리를 일어났다. 슥 인호를 내려다보니 캠코더를 든 인호가 나를 찍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잠깐 확인 좀 하려고."

몇 초간 나를 찍은 인호는 천천히 캠코더를 돌려 주변을 찍은 후 동영상을 저장시켰다. 그리고 다시 캠코더를 만지던 그는 역시나 하면 중얼거렸다.

"…왜?"
"이 캠코더엔 어떤 기능이 있는 거 같아."
"기능?"
"예를 들어……예약 저장 같은 거라던지."

그러며 그는 슥 캠코더의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캠코더의 화면은 놀랍게도 여전히 방금 전 영상 하나 뿐이었다.

"그럼 더 영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응. 호우 형의 성격상 새 거를 샀으면 일단 무조건 찍고 봤을테니까 여러 개 나오지 않을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잠시 후, 집중이 끝나고 나니 체감상의 습도는 더욱 짙어져 땀이 맺힐 정도가 되었다. 한숨과 함께 나는 등을 돌려 안개 속을 걸어간다.

"어디 가?"
"아니. 너무 습해서 호수에라도 가려고……같이 갈래?"
"하지만 누나가……."
"여기 우리말고 또 누가 있다고. 관리자도 없는 마당에……."
"끄응……."

고민을 하던 인호가 한참이나 신음을 흘리더니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그런 인호를 뒤에 붙이고 호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 속이었지만 방향감각만큼은 자신이 있던 나는 쉽게 호숫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체는 아직 풀밭에 누워있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이 부릅 뜨여진 두 눈만 아니라면 그 모습은 이제 어느 정도 봐줄만 했다. 나는 웃도리와 바지를 벗어 호숫가로 뛰어들었다. 호수는 순식간에 냉기로 나를 집어삼킬 듯이 감싸왔다.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던 숨줄기도 금세 냉기에 익숙해져서 조금씩 풀어져갔다.

호우 형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수영에는 제법 자신이 있었다. 배영과 평영을 번갈아가며 호수와 조금씩 서로를 익혀갈 때 쯤, 인호가 깜짝 놀란 듯 소리친다. 그 바람에 나도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 호수에 잠시 가라앉았다가 신경질적으로 떠오른다.

"우, 아아아악!!"
"푸흡! 왜! 왜!!"
"동영상이……또 생겼어!!!"

그 말에 나는 또 가라앉을 뻔했다.



다시 뭍으로 올라온 나는 물기 가득한 머리를 털고 옷을 입은 후 인호의 옆에 앉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내게 살짝 질린 표정을 짓던 인호는 한숨을 삼키듯 입술을 우물거리며 캠코더의 두 번째 영상을 보여주었다.
9시간 전. 어젯밤 11시에 찍은 영상이었다. 두 번째 영상이 나타나면서 확실해진 것이 있었다. 이 캠코더엔 인호의 말대로 예약 저장, 즉 시간차를 이용하여 영상이 찍힌 시간으로부터 몇 시간 후 영상이 나타나게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둘, 이 캠코더엔 이 두 개의 영상 말고도 더 많은 영상. 어쩌면 호우 형이 죽기 직전까지 찍은 영상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슥 시체를 바라본다. 그러다 호우 형의 두 눈과 마주 쳐 움찔하면서 다시 캠코더로 시선을 돌린다. 재생이 되기 시작한 영상은 아까 본 첫 번째 영상과 달리 처음부터 풍경을 담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텐트. 그리고 세상이 모두 야광빛과 검은색으로 뒤덮인 적외선 시야. 그 속에서 호우 형의 낮게 깔려 속삭이는 목소리가 울린다.

[너 지금 텐트에서 인예랑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야… 내가 낱낱이 다 파해쳐주마!!]

너? 나 아님 인호에게 보내는 메세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영상을 들여보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호우 형의 발걸음이 영상에서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야광으로 빛나는 호우 형의 팔이 조심스럽게 텐트 안을 들추고 캠코더의 렌즈 부분을 그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초점이 흐릿해진다. 이상하게 길게 그 상태를 유지하는 캠코더는 텐트 속의 거친 숨소리를 고스란히 전했다.

[허억, 헉…인예 누나…….]

내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밑에 깔려 조심스럽게 숨소리만 뱉는 인예 누나. 나신으로 엉킨 두 남녀가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를 어루만지며 서로에게 캠코더에는 들리지 않는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비록 적외선의 저화질이었지만 그 둘이 하고 있는 짓이 건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1초도 안되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캠코더의 영상은 그 시야가 바닥을 향해 떨어지면서 끝이 났다.



"……어?"
"…………."

영상이 끝나고 남은 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호와, 조금씩 깨어나는 기억에 아랫입술을 깨무는 나, 그리고 아직 몇 개의 영상이 더 남아있을 캠코더였다.

"어떻게 된 일이야?"

인호의 물음은 내게 혼란만을 안겨줄 뿐이었다. 나 역시 이 영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왜 이런 기억이 내게 없는 걸까?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위장을 살살 간지럽힌다. 뜨겁다.

"이게 대체 뭐냐고!!"
"좀 닥쳐봐! 나도 생각 좀 하자."
"하……."

내 외침에 인호는 길게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하늘 역시 나의 기억처럼 희뿌연 안개로 꽉 막혀있었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킨 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체온 때문인지 미지근한 온도로 변한 물은 옷과 함께 피부에 늘러붙어 습도보다 더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인호가 말한다.

"안돼겠어. 누나한테 물어봐야겠어."
"응? 너희 누나?"
"혹시 몰라? 누나가 이상한 게 죄책감 때문일지도."

순간적으로
그의 눈에서 혐오와 경멸의 눈빛이 스쳐지나가고 입꼬리가 살짝 휘어지며 조소를 지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며 그의 뒤를 따른다.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세 번째 영상, 그게 중요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 때, 그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밝혀줄게."

시체를 보고 하는 말인가? 나는 중얼거리며 역시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시체. 제발 이 시체를 집어삼키는 안개가 빨리 이걸 소화시켰으면 하는 게 순간적으로 든 바램이었다. 왠지 저 시체를 보고 있으면 불안했다.

그런데 인호의 말에 대답을 하……듯……

시체가 말한다.

"왜 죽였어."

얼어붙는다.


──쩍, 쩌억…….

시체가 땅을 짚고 천천히 일어선다. 몸을 지탱하는 팔의 연약한 피부는 강제로 움직여지는 굳은 근육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갔고, 그 속에 고여있던 썩은 핏물이 주륵 솟아나온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인호는 그것을 못 본 듯 자기 갈 길을 갈 뿐이다. 다시 시체가 말한다.

"왜 죽였어."

목까지 흘러내린 혓바닥이 불편한 것인지 발음이 어눌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이다. 이 시체는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머릿속에 세뇌되듯이 인식되어간다. 이건 공포에 의한 환각이다. 현실이 아냐.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체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뼈가 꺾이고 살이 터져나가 신음을 흘리면서도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주변이 조용한 탓에 인호가 점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 발걸음이 작아질 수록 나의 불안감과 비례한 심장박동이 커져만 간다.
시체가 내게 손을 뻗는다.
그 차갑고 축축한 죽은 손이 목에 닿는 순간, 머릿속은 공포로 가득 차는 듯 했다.

──꽈아아아악…….
"왜, 왜 죽였어. 왜!"

금방이라도 빠질 것처럼 뜬 두 눈은 코에 닿을 듯이 다가왔다. 다행히 살아움직이는 시체에 대한 두려움보단 죽음에 대한 공포가 강했던 것인지 손끝을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가위도 몸의 일부분이 움직이기라도 하면 풀을 수 있다고, 누군가가 했다.
나는 시체임에도 불구한 엄청난 악력에도 정신을 팔을 움직이는 데에 집중했다. 자력에서 벗어난 금속처럼 오른팔은 어느 순간부터 구속에서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시간도, 필요도 없었다. 나는 있는 힘껏 시체의 머리를 쳤다.

──퍽!!!

마치 젤리를 친 것처럼 물렁한 느낌도 잠시, 딱딱한 뼈의 느낌이 아플 정도로 느껴졌다. 그러나 주먹에서 느껴진 고통이 온 몸으로 순간적으로 퍼지자 다른 신체 부위도 구속에서 해방되는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뇌가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빠르게 발이 저절로 올라가 시체의 옆구리를 강타한다.
그러나 그 순간, 토를 할 뻔했다.
무슨 젤리라도 된 것처럼, 옆구리가 맞았는데도 터져나간 부위는 배였다. 반응할 틈도 없이 터져버린 배는 내 발치에 내장과 음침한 구정물을 토해냈다. 한 쪽 머리와 복부가 터졌음에도 그는 내 목에 가하는 힘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기운을 얻은 듯 더욱 힘차게 외쳤다.

"왜!! 왜 나를 죽인 거야!! 왜!! 왜 날 죽였어!!!"
"시……발…."

나는 덥썩 그의 팔을 잡았다. 물컹, 하고 살이 으깨지는 느낌과 함께 딱딱한 시체의 뼈가 잡혀졌다.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그 뼈를 힘껏 잡아당겼다.

"잡았다, 요노──ㅁ? 어, 뭐야!"
──뽕!

무슨 뚜러뻥도 아니고 그 뼈는 그냥 약간 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쑥 빠진다. 이젠 손목 아래 부분의 뼈부터가 아예 사라졌는데도 죽어버린 손은 떨어져나가지도 않고 내 목을 더욱 힘차게 조여왔다.

그 때, 누군가가 어깨를 친다.

"뭐해?"

인호의 목소리다. 나는 힘에 겨워 대답도 못한 체 그를 돌아보았다. 순간,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진다. 그는 갑자기 내 목에 손을 가져가 힘을 주었다.
잠시 후, 해방감이 든다.

"케──커헉!! 컥! 허억…."
"뭐하는 거야, 혼자?"

혼자? 이 새끼야 말로 무슨 소리야?
나는 숨을 고르며 시체가 나뒹굴 풀밭을 내려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를 뼈뽑아 내던졌던 곳엔 아무도 없었고, 그 시체는 원래의 자리에 누워서 나를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눈을 감지 못한 체…….
갑자기 손바닥에서 전류가 통하는 것처럼 따끔한 통증이 느껴진다. 손바닥은 무언가를 강하게 움켜쥔 듯 새빨갛게 물들어져 있었다.

다시 한번,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공포의 감각이 잊혀진 시간 동안 몸집을 부풀리고 돌아와있었다.

"대체 뭘 본 거야?"
"……아냐. 아무 것도."
"…………?"

인호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곤 다시 안개 속으로 걸어간다. 나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고 그의 뒤를 따라간다. 불안감으로 가득 차 시체를 계속해서 뒤돌아보는 것은 잊지 않는다.


시체는 그래도 가만히 있는다.









지금 시간이면 슬슬 햇빛으로 안개가 걷힐 만도 한데 안개는 더욱 짙게 겹쳐만 갔다. 나는 휴대폰으로 지금 시간이 8시 30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야영장으로 들어섰다. 사람이 없어 텅 빈 안개 속에서도 뿌옇게 주홍빛 빛줄기가 보였다. 우리 텐트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인예 누나의 텐트로 다가섰다.

인호는 텐트 안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그녀에게 캠코더를 내밀며 소리쳤다.

"이게 뭐야, 누나!!"
"어, 엉?"

그가 갑자기 영상을 틀어주며 따지자 인예 누나는 시선을 어디에 두지를 못하고 당황을 하다 나를 보곤 표정을 굳히고 영상을 바라보았다. 나는 억울한 기분이 울컥 치솟았지만 애써 가라앉은 그녀의 화를 다시 돋을 것 같아 입을 꾹 닫는다.

캠코더에선 호우 형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낱낱이 다 파해쳐주마!!]

그 순간, 인예 누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가 슬픔으로 가라앉는다. 그 짧은 표정의 변화를 내가 놓칠 리가 없었다. 분명 그녀의 얼굴을 일그러뜨린 힘의 근원은 '공포'였다. 슬픔에 대한 공포가 아닌 '호우 형'에 대한 공포. 그녀와 나 사이의 그 공포는 분명히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영상을 다 볼 때까지는 가만히 있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그 둘이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말한다.

"영상이… 또 생겼어."
"……엉? 잠깐, 뭐?! 아니 그럼 빨리 틀어!!"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갔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그 둘의 사이를 파고들어 캠코더에서 막 흘러나오기 시작한 세 번째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의 시작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쿵!!

뭔가가 찍히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진다. 순간적으로 적외선 촬영과 일반 촬영이 뒤바뀌며 형광빛과 어둠이 교차한다. 어지러운 시야 속에서 정확히 들리는 건 무언가에 턱 막힌 체 숨을 내뱉는 누군가의 음성이다.

[켁! 너, 너……!]

다시 한번. 무언가가 찍히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번엔 한 남성의 비명도 같이 들려왔다.

바로

내 목소리다.

[끄아아아악!! 이 씨발 새끼가…!!]
─쿠우웅!!

내 목소리가 울려퍼진 후 누군가가 쓰러진다. 나는 제발 쓰러진 것이 나이길 바랬다. 이윽고 짝, 짝, 하고 맨살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그 소리도 점차 약해지더니 사라진다.

─콰직!!

누군가가 캠코더를 걷어찬 듯, 견디기 힘든 잡음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것이 적외선 카메라를 다시 발동시킨 것인지 시야가 갑자기 밝아지면서 초점이 서서히 맞춰져갔다. 검은색으로 뒤덮힌 시야 속에서 드러낸 한 남성이 그 증거였다.

검은색의 얼룩을 얼굴에 잔뜩 묻히고 캠코더를 바라보는 한 남성.


나였다.



[씨발, 이거 뭐야.]

중얼거리며 나는 렌즈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영상이 끝난다.


나는 멍하니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인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손가락에 딸려나온 것은 검붉은 딱지와 선명한 핏자국이었다. 머리에서부터 힘이 쭉 빠지고 온 몸이 가벼워지는 그 느낌에 그 동안 떠오르지않았던 어젯밤의 그 기억이 다시 선명히 보여왔다.









──툭!

뜨겁게 달궈지고 있던 공기를 한번에 가라앉히는 묵직한 소리였다.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았다. 덩달아 인예 누나도 꿈틀거리며 내 품 안에서 기어나와 이불을 끌어모았다.
텐트는 조금 열려있었다. 누군가가 연 듯 말이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들어온 듯 캠코더가 떨어져있었다. 누군가가 급하게 다시 텐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캠코더를 들고 사라진다. 무언가가 쑥 올라온다. 나는 대충 옷을 쑤셔넣듯이 입은 후 텐트 밖으로 달려갔다.
적어도 인호나 호우 형. 둘 중 하나가 이 장면을 목격한 것일텐데 그것이 호우 형이라면 끝장이다. 어두움 속에 섞인 노란빛은 몸에 깃든 취기의 정도를 깨닫게 해주었다. 망할. 걸음조차 쉽지 않다. 그 때, 안개를 헤치고 지나자 풀밭에 누워 있는 한 인영을 발견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보고 있는 호우 형이었다. 그는 캠코더를 만지작거리며 영상을 다시 보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이 본 것이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듯 했다. 그러나 그 모습에 나는 미안함보다는 분노가 치솟았다.

동시에, 무서웠다. 다시는 그녀를 안지 못할까봐, 만나지 못할까봐. 그리고 그가 나와 그녀 사이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차라리 잘 됬잖아?

취한 머리가 말한다.

-죽여버리면 너와 그녀 사이의 일을 본 사람은 없는거야. 그렇지 않아?

다시 말한다.

-그리고 저 물에 빠뜨려버려. 다시는 나오지 못하도록.

웃는다.

나는 소리를 죽여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도 내 기척을 눈치채지 못하는 그가 이상하다는 생각도 잠시, 두 눈에 흐르는 하얀 달빛은 나를 납득시켰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잊게만들어주는 그 울음이 자신의 생명을 빼앗아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할 것이다.

그는 내가 그의 발치에 다가가서야 내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늦었다. 그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 것은 마지막으로 그가 한 실수였다. 나는 덥썩 그의 목을 움켜쥐고 꾹 눌렀다. 날카롭게 자란 손톱은 젤라틴같은 그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둔탁한 충격이 관자놀이에서 찡하게 울려왔다. 팔은 물론 순간적으로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버린 나는 휘청거렸다. 반박자 느리게 느껴지기 시작한 고통에 그의 손을 보니 캠코더가 들려있었다.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분노가 다시 치솟았다.
다시 팔에 힘을 주자 손톱은 더욱 피부를 파고들어갔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호우 형이 힘겹게 외친다.

"켁, 케─ㄱ! 이, 너…너!!"
──콰악!

다시 캠코더로 찍은 것 같다. 고통에 익숙해진 머리가 모든 충격을 그대로 온 몸에 전해준다.

"끄아아아악!!! 이 씨발 새끼가…!!"

나는 비틀거리며 그의 목을 놓아버렸다. 손톱이 빠질 듯이 당겨져왔지만 힘을 주니 쑥 빠졌다. 내가 목을 놓자 그는 켁켁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제대로 말조차 못하는 것을 보니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았다. 그는 나를 잠시 노려보다가 상황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숨을 쉴 때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 목의 상처가 벌어지는 것인지 그의 발걸음은 비틀거리거나 느렸다. 가볍게 따라잡을 수 있다. 나는 그의 뒤로 다가가 머리채를 확 잡아당겨 바닥에 찍었다.

──쿠우우웅!!
"…커억!!"

바닥에 돌이 있었는지 순간적으로 검은색의 무언가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퍼진다. 찐득하니 팔에 늘러붙은 그것은 곧 녹이 슨 쇠 향으로 바뀌었다. 그를 돌려눕혀 보니 이마 한 가운데가 찌그러지듯이 함몰되어있었고 얼굴 주변에도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기절한 듯 더 이상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간신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과 입술은 생명의 잔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눈치없게도 말이지.


─쩍!!
──쩌억, 쩍!

끊임없이 흐르는 핏물 때문에 그의 안면에 꽂히는 주먹엔 금새 물기가 어렸다. 손가락 틈새에까지 고통이 느껴질 때에도 난 주먹질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계속해서 그에게 주먹을 꽂고, 머리를 돌에 찍고, 목을 조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빨이 빠지고 입술이 터져 사방으로 피가 튀기고, 머리가 으깨져 뇌수가 흐르고, 목에 끊어질 정도가 되서야 나는 겨우 그의 차가운 육신에게서 손을 뗐다. 짙은 피냄새가 익숙해질 정도가 되었다.

"……후우우……."



그 때, 무언가가 내 눈에 띄었다. 어둠 속에서도 아주 작게 빛이 나는 한 물체. 나는 그것에 다가갔다. 풀밭이 아스라지는 소리에도 피냄새가 스민 듯 이 피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것에 다가가 발로 뻥 차버렸다. 한참을 굴러가다 돌에 부딫힌 그것은 렌즈를 나를 향해 겨냥했다.

"씨발, 이거 뭐야."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던 그것은 캠코더였다, 호우 형이 오늘 밤부터 들고 다니던…그래. 이게 원인이다. 원흉이다. 이게 형을 죽게 만든 거야. 하하, 웃음이 나온다. 죄책감이란 게 이렇게 쉽게 옮겨지는 건가? 이런 거에도? 아. 웃음이 나도 모르게 세어나오는 것 같다. 나는 캠코더를 끈 후, 대충 풀밭으로 던졌다.

그리고 시체도 호수로 던졌다. 그는 뛰어난 수영실력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호수에게 잡아먹혔다.









경악한 듯한 인예 누나. 그리고 인호.
그러나 모든 것이 기억난 나는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또, 완전 범죄를 지우기 위해 지워야할 사람이 생겨버렸다. 인호? 글쎄. 과연 그를 믿을 수 있을까? 저 경악한 표정을 보니 그를 믿기는 힘들 것 같다. 저 자식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정의를 운운하며 나를 고발할 새끼다.
죽여야한다.
인예 누나? 그녀를 꼭 죽여야할까? 나와 관계를 맺은 그녀가 과연 그걸 기억하기나 할까? 그리고 그걸 기억한다하더라도 애인을 죽여버린 나를 용서하기나 할까? 그러나 이러한 고민들은 그녀의 표정을 보자 싹 사라졌다. 그녀의 표정은 속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괴물.'

그녀가 내게 내린 정의였다. 나는 한숨을 쉬며 텐트의 바깥으로 나왔다. 시원한 공기는 엉켜버린 기억에 걸린 과부화를 조금씩 식혀주었다. 그리고 그 조금씩 식혀져가는 머리에서는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이들을 꼭 죽여야만할까? 이게 방금 생겨난, 진심일지도 모르는 마음이었다.

죽이는 게 두려운 걸까? 아 제기랄, 모르겠다. 아까 아껴피워야겠다 한 생각은 구석에 버리고 게걸스럽게 전자담배를 빨아들인다. 니코틴이 온 몸에 스며드는 느낌에 부르르 떨며 끝없는 안개를 바라본다. 문득, 저 건너편에 누워있을 그 시체가 말을 뱉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죽이는 거야, 그렇지?
-살인자. 넌 이미 살인자야. 또 죽일 거야, 그치?
-병신.
-죽이게?
-죽어라.


……아니. 죽이지 않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 나를 조롱하는 당신의 그 말은 틀렸어. 내가 살인자가 된 건 맞지만 살인귀는 아니니까. 네 말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네가 아무리 귀신이라도. 좀비라도. 뭐라도. 네가 신이 된 건 아니잖아? 네 말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지 않을거야. 난 절대 다신 아무도 죽이지 않아. 모두에게 말할거야. 그리고 설득할 거야. 그리고 인예 누나와 잘 살고, 인호와도 잘 지내고, 나도 잘 먹고 잘 살거야. 당신 따위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도록. 다시는 호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영원히.

순간, 대답을 하듯 안개가 울린다.

───그래?


대답을 듣는 순간 온 몸이 떨린다. 나도 모르게 다가온 공포로 근육이 잔뜩 긴장되고 털이 빳빳하게 오른다. 끝까지 나를 비웃는 안개를 노려보며 뒤를 돌아선다. 그 때, 때마침 누군가가 텐트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솔직하게 고백을 하고 설득을 하려 했다.

그러나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바닥에 늘러붙은 발바닥이 끈적하다 생각할 만큼 느린 발걸음.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며 녹아내리는 피부. 크게 떠진 썩은 두 눈동자. 길게 내려온 갈색빛의 혓바닥……이호우. 그 시체였다. 아까 전에 본 것과 방금 전의 환청이 현실이라 말하려는 듯 그는 다시 한번 내 앞으로 나타났다.

환상? 아니면 현실? 아까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됨을 느낀 나는 이를 아득 갈았다. 어차피 아무리 환상이라 생각해도 현실이라 느낄 것이라는 것은 이미 겪어보아서 알고 있었다. 이대로 그가 내 목을 조르게 놔둔다면 나는 스스로에게 목이 졸려 죽게 될 것이다. 결국, 이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가까운 곳에 간단한 방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텐트의 못을 뽑아 그의 미간에 힘껏 찍었다. 푸욱, 하고 한순간 밀려들어가며 썩은 핏물과 함께 뒤통수가 터져나왔다. 머릿속을 꽉 채우는 압박감에 그의 두 눈동자는 자연스레 떨어져나가 혈관에 매달렸다.
구역질이 난다. 나는 나를 놀리는 듯한 그의 입을 주먹으로 올려쳤다. 머리에 못으로 뚫리고 턱이 떨어져나간 그는 비틀거리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그 때, 또다시 텐트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다시 또.
또.
또, 또, 또다시, 또, 또…

이호우의 시체가 걸어나온다.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킬킬 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자신의 시체와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한다.

"살인마."
"……으아아아아아아아!!!!"

그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른다. 손톱을 다시 그의 목을 파고들어 핏물을 간신히 짜낸다.

"아냐!! 아냐!!"
"살인마."
"아니라고! 난 아냐!!!"

그럼에도 그의 입은 쉴세없이 나불거린다. 괴로움에 죽을 것만 같다. 나 자신의 의지를 한낱 시체에게 부정당한 괴로움에 죽을 것만 같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다. 울고 싶다. 죽이고 싶다.

죽이고 싶다.

죽이고 싶다.

죽여서 다시 한번 없애고 싶다.

다시 한번 죽여서 없애고 싶다.

다시 한번 없애서 죽여버리고 싶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콰직! 쿵! 쿠직! 뻑, 뻐억!!
"살인──"
──퍼억, 퍽! 콰직!
"죽어버려!!!"

다시 한번 말하려는 그의 입을 짓밟고 다시 머리채를 잡아 들어올려 안면을 갈긴다. 머리털이 뭉텅 뽑히며 그가 다시 쓰러지자 목을 잡아올려 힘을 주어 살을 짓뭉개뜨린다. 또 떨어진 그의 몸을 발로 짓밟자 온 몸의 상처에서 썩은물이 흘러나온다. 손에 묻은 살점과 핏물을 털어내고 그의 얼굴을 계속해서 주먹으로 갈긴다. 꿈틀거리는 다리를 발로 세게 짓누르고 무릎을 부숴버린다. 배를 밟아 그의 온 몸에 고인 썩은물을 뽑아내고 다시 한번 머리를 계속해서 주먹으로 갈긴다.

마침내,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허억, 헉……."

나는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시체를 바라본다.

더 이상 그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는다.
더 이상, 그녀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

나는 다시 한번 눈을 떴다.

그러나 아무리 다시 눈을 뜨고 보아도, 내 앞에 쓰러진 그 시체는 이호우가 아닌 최인예, 그녀였다. 이빨이 깨지고 입이 터지고 얼굴이 뭉개지고 온 몸이 터진 인예 누나였다. 억울하게 치켜뜬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이 되어 있었고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했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누워있는 시체 역시, 이호우가 아닌 최인호였다. 인예 누나보다 상태가 더 심각할 수도 있는 그는 미간에 거대한 말뚝이 박혀있었고 턱은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은 듯 빨갛게 부어 살짝 돌아가 있었다. 그의 두 눈동자는 반 쯤 튀어나와 사시처럼 양 옆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가 잘못됐다. 심하게 잘못되었다. 이번에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굳이 참지않고 모두 토해냈다.

"우엑, 우에에엑──!"

시큼하고 역겨운 액체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간신히 토악질을 멈춘 숨을 몰아쉬며 다시 한번 시체를 보았다. 인예 누나와 인호. 그 둘은 나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럴 것이다. 웃음이 밀려온다. 씨발. 이런 엿같은 일이 왜 나한테만 벌어지는 걸까? 난 그냥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그들에게 용서를 빌고 싶었는데 왜……

왜 이호우 그 새끼가 나와서…….

……이호우.

이호우.
이호우 그 새끼 때문이다. 죽어서까지도 내게 이런 짓을 하는 그 자식 때문에.

그 때, 때마침 안개 속을 걸어가는 한 인영이 보였다. 바닥에서 발을 떼기도 힘들어 질질 끄는 발걸음. 녹아내리는 신체. 크게 치켜뜬 두 눈동자. 그는 잠시 동안 나를 돌아보더니 다시 발을 옮겼다.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으아아아아아아!!! 이호우!!!!"

죽여버릴 거다. 모든 걸 망쳐버린 당신을, 죽여버릴 것이다. 죽여버릴 거다. 나는 금방이라도 잡힐 것만 같은 그의 뒷모습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갔다. 그러나 금방 잡힐 것만 같이 가까워지던 그와의 거리는 어느 순간부터 좁혀지지 않았고 오히려 내 숨만 타오를 듯이 벅차왔다. 정말 귀신이라도 된 걸까, 그는?
아니. 귀신이 되었어도 상관이 없다. 그는 이미 한번 내게 죽었었고, 그를 죽일 수 있는 것 또한 나다. 그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만했을, 그저 복수심을 풀기 위한 살인극의 제물이 되었어야했을 그 두 사람의 복수를 할 사람 역시 나다. 내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져 피해를 입은 나. 그 복수를 해야할 사람 역시 나다. 결국 그는 내 손에 죽어야만하는 운명이다.
그 때,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돌아보며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썩어버린 아귀의 입처럼 벌어진 그 품 사이로 나는 몸을 들이받았다.


그러나 쿵 하는 소리는 커녕, 작은 충격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를 밀쳤다. 그러나 그는 밀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끌어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끝이야. 이걸로."

끝? 뭐가? 끝이라니?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공에 붕 뜬 우리는 정확히 호수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시체는 지금까지의 연약함과는 전혀 다르게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살이 뭉개지고 근육이 끊어져도 그는 뼈로 나를 계속 감싸왔다.
그대로 물에 빠진 순간 나는 아득한 추위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귀에 차기 시작한 물과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뿌연 시야. 급히 들이마쉬던 숨에 텁텁하고 따가워지는 폐부. 죽음의 손길이 나를 호수의 밑바닥으로 계속해서 잡아당겼다. 나는 수면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그럴 수록 나를 잡아당기는 것은 이호우의 시체였다.

점점 호수의 안으로 떨어져갈 수록 떨어져가는 피부조각에 드러나기 시작한 뼛조각들은 내게 다시 말했다.


"끝났어."
"……으아아아아아!!!"

발버둥을 칠 수록 조여오는 것은 억울함과 분노, 물과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텐트 안에는 최인예, 바깥에는 최인호가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주 작은 검은 물체가 있었다. 이러한 소동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마치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깨끗한 캠코더. 캠코더였다. 아무도 조작하지 않았음에도 캠코더는 자연스럽게 켜졌다.
그리고 대뜸 아무 것도 없는 앨범을 보여주었다.

잠시 후, 앨범에는 하나의 영상이 떠올랐다.


한 명의 사내가 찍혀있었다. 오랫동안 자르지 않은 장발의 사내. 그는 입에 전자담배를 물고 멍하나 푸른 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초점이 어긋나있었다. 자신이 찍히고 있음을 느낀 것인지 그가 화면을 돌아보며 물었다.

[……뭐하냐?]
[잠깐. 확인 좀 하려고.]

화면이 돌아간다. 그 때, 새로운 인물이 화면에 잡혔다. 순간 흐릿하게 어긋나던 초점이 다시 맞춰지자 그의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들어났다.
붉게 물들인 투블럭 컷의 남성. 그는 하늘을 멍하니 올려보니 천천히 화면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평범한 영상이 끝났다.








  • profile
    Octa 2014.07.21 07:12
    음? 마지막 이해가 안돼버렸습니다.
    소설이 심오하네요 ㅋ...
  • profile
    곧별 2014.07.27 04:58
    ㅋㅋㅋㅋㅋㅋ꿈이라서 좀 이상합니다 ㅋㅋ
  • profile
    Octa 2014.07.27 06:31
    ㅋㅋ 밤에 봤는데 꽤나 쫄았어요.
    상상해버렸거든요..(꺄아아아악!!!!)
  • ?
    개소실 2014.07.25 05:25
    이것은 평범한 사람이 쓴 글입니다.
    물론 분위기가 사이코틱하긴 하지만, 결코 정신적으로 곶통받는 환자가 쓰는 글이 아님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 profile
    곧별 2014.07.27 04:59
    아뇨 사실 제 머릿속엔 기생충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죠. ??? 어쨌든 미친ㅋㅋㅋㅋㅋㅋ

누군가가 채팅방에서 당신을 호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