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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이 한창인 한 고등학교.
교실 하나에 교무실 하나가 전부다.
학생들이 쓸 교실 안에는
300개의 빈 책상과 교탁 하나만이 있다.

삭막한 교실에 학생들이 들어온다.
무표정한 학생들이 자리에 앉는다.
정해진 자리도, 소란도, 웃음도 없다.
먼저 온 순서대로 앞자리부터 채우며
뒤에 올 친구들을 기다릴 뿐.

선생도 뒤따라 교실에 들어선다.
하나둘씩 학생과 섞여 들어오는 교사들.
교탁 앞에 일 열로 서 문이 닫히길 기다린다.
마지막 학생이 들어선 교실의 문이 드디어 닫히고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친다.

1교시 과목은 종교.
한 여학생이 손을 든다.
선생님, 저희는 왜 지금 여기에 있나요?
무슨 잘못을 했길래 여기에 와 있죠?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라는 건가요?
이것이 예수를 믿지 않아 내려진 천벌인가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고
적막과 함께 지나간 쉬는 시간은
2교시를 알리는 종에 잊혀진다.

2교시 과목은 가정.
여러 학생들이 손을 든다.
선생님, 저희 부모님 가게 일 도와야 해요.
선생님, 먼저 오신 저희 아버지가 안 보여요.
선생님,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 인사를 못 드렸어요.
선생님, 제 동생들이 기념품 사오라고 했어요.

대답은 역시 돌아오지 않는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고
소란과 함께 지나간 눈물의 시간은
3교시를 알리는 종에 사라진다.

3교시 과목은 사회.
한 남학생이 손을 든다.
사람들은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죠?
저희를 평생 기억해주긴 할까요?
저희보다 먼저 이 교실에 왔던 사람들이 그랬듯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미래에 가려져
금세 잊혀버리는 건 아닐까요?

대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치면
적막, 불안에 잠긴 교실의 내부는
저승을 향하는 종과 함께 비워진다.

몇 대 졸업생인지도 모를
학생들의 앨범이 생긴다.
아직은 잊혀지지 않은, 그러나
곧 잊혀질 것이기에 슬픈
물 속에 잠긴, 그들만의 앨범이.
  • profile
    Just 2014.08.18 06:57
    저는 산문 시 진짜 감도 안잡히더라구요
  • ?
    개소실 2014.08.18 07:32
    시가 소설보다 어렵고
    작사가 시보다 어렵다...
  • profile
    Octa 2014.08.18 07:01
    시다...!!
  • ?
    개소실 2014.08.18 07:33
    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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